도란도란 프로젝트 - 사백 사십 한 번째 주제
어느날 문득
연락이 뜸해졌단 걸 알았다.
사실 나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닌 사이였다는 걸
좋아하는 얕은 감정으로
질질 끌어온 사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 날이 있다.
작은 감정의 골이
관계를 통째로 흔들어 놓는
그런 날이 있다.
평소였다면
아무렇지 않았을 사소한 일도
그냥 지나치고 싶지 않은 날.
뭐
끝이라는 게 별 거 있나.
그냥
이런둥 저런둥
핑계가 필요한 날이었을지도,
그렇게 없던 일처럼
사라지길 바랐는지도.
-Ram
아침에 일어났는데 근심과 걱정 한 톨 없는 사람처럼 어떤 일을 해도 마냥 즐겁고, 무슨 말을 들어도 마냥 행복한 그런 날이 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똑같은 스케줄인데, 어디서부터 끓어올라온 것인지 모를 에너지가 마구 샘솟아 어떻게든 넘치는 에너지를 표출해대고 싶을 때가 있다. 새로운 것들은 스펀지처럼 빨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고, 몸은 깃털처럼 가볍다. 이런 날엔 분명 어떤 새로운 일을 꾸미기 시작한다.
하지만 어떤 아침엔 눈을 뜨는 순간부터 고통스럽다. 내재된 근심과 걱정이 문득 내 키보다 몇 배 높은 벽이 되어 가로막고 있는 것처럼 답답하고, 몸을 일으켜 세수를 하는 것조차 힘겹다. 분명 별일도 없는데, 내 주변엔 당장 해결해야 할 뾰족한 문제도 없는데, 삶이 어쩔 수 없이 살아내야 하는 것처럼 고달프고 본체는 무능력하다. 이런 날엔 좋은 말 한마디 하는 것도 버겁다.
-Hee
새벽에 출발하는 항공편을 이용하려고 초저녁부터 잠자리에 들었는데 그 사이에 뜬금없이 항공편이 취소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자고 일어나 씻고 미리 챙겨둔 짐을 챙겨 공항에 도착하고 나서야 겨우 문자를 확인했고, 벙찐 마음이 좀처럼 진정되질 않고 자꾸만 들썩거린다. 미리 연락을 준 것도 아니고, 이륙을 고작 몇 시간 앞두고, 이유도 알려주지 않은 채 달랑 문자 두 줄 보내는 걸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어떻게든 해결책을 마련해달라는 영문장과 온갖 안 좋은 뜻의 영단어들을 되새기며 전화를 걸다가 이 낯선 외항사의 고객센터는 아침 10시부터 저녁 5시 까지만 일을 하고 그마저도 주말에는 안 한다는 사실을 이내 깨달았다. 오늘 출발하는 다른 항공편은 처음 항공권 가격보다 몇 배는 더 비싸서 엄두가 나질 않는다. 항공사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이성을 감싸고 있는 벽에 금이 가고 있음이 느껴진다. 이 다음은 잘 모르겠다. 오늘 하루의 끝에 나는 사람으로 남아있을지, 분을 못 이겨내고 길길이 날뛰는 짐승이 되어있을지…
-Ho
그런 날이 있다. 세상 참 슬픈데 하늘은 무심하게 기분 좋은 날. 나는 날아갈듯한데 하늘은 반대로 행동하는 날. 두 마음이 같은 날도 있지. 좋은 날도, 아닌 날도 있다. 시간이 갈 수록 어떻게든 사는 것. 무언갈 먹고, 마시고, 눈을 붙이고, 움직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삶의 의미라고 생각케 된다.
-소고
2022년 6월 19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