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사백 마흔 두 번째 주제
뭐랄까,
나는 내 또래(?)에 유행하는
음식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마라탕이라던지,
엽떡이라던지,
여러 유행 종류에 편승하지
못하는 까닭은
아마도 우리 아빠 입맛을 닮아서일것이다.
나는 밀가루음식을 좋아하는
지극히 어린이 입맛이기도 한데,
내가 가장 좋아했던 건
아빠가 해주는 돈까스였다.
뭐가 그리 특별하냐 물으면
사실 별것 없다가 답이다.
돈까스 패티도 시제품을 튀겨주시는 것이었는데,
사실 직접 만들어 주시는 그 소스가 좋았다.
양파를 적당히다져서 넣은
케찹넣은 새콤달콤한 특이한 양념을 부어주셨는데
그게 그렇게도 좋았다.
아빠가 애써서 만들어 준다는 사실이,
그냥 좋았다.
요즘엔 밖에서 사먹을 곳이 없다는게
야속한 맛인데,
그냥 아빠가 해준 어떤 음식이라는게, 그냥 좋았다.
아빠가 매일 음식 만드는 사람인데도
나만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있다는게,
좋았거든.
남들은 모르는,
그런 맛을.
-Ram
1.
진미채와 미역줄기볶음. 그리고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곰피나 물미역, 살짝 데친 느타리버섯, 삶은 브로콜리나 삶은 오징어. 내가 한국에 가면 엄마가 꼭 해주는 천상의 맛 세트들. 여기에 내가 한 번은 꼭 찾는 마른 오징어에 마요네즈도 빠질 수 없다. '여기가 바로 집이야'하는 맛이다.
2.
한국에서 30년 이상을 살 동안은 몰랐는데, 말레이시아에 와서 찾은 천상의 맛은 바로 새우가 들어있는 딤섬. 여기에 고수까지 들어있다면 그냥 눈이 뒤집힌다. 여기에 비교적 늦게 치총펀을 경험했는데 새우 치총펀 정말 맛있다는 사실을 왜 이제 알았냐..
-Hee
각 나라의 유명한 음식을 현지에서 현지식으로 가장 처음 맛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한국식으로 변형되지 않은 오리지널리티 그자체의 맛을 가장 먼저 느껴보는 것. 지구 반대편 터키는 이 욕심을 채우기에 더없이 좋은 나라였다. 각종 케밥과 향신료, 단내가 진동하는 디저트와 아이스크림까지. 터키에서 내가 먹은 음식들은 대개 내 취향을 적중했고, 그중에 내가 천상의 맛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은 음식은, Balık Dürüm(고등어 케밥)이다.
Galata fish mekan
(주소: Kemankeş mahallesi, Mumhane Cd. 49/B D:karaköy, 34000 Beyoğlu/İstanbul)
누가 이 글을 보고 이스탄불까지 가서 이걸 사먹겠냐만 그래도 굳이 주소까지 적어두고 싶은 맛이었다.
-Ho
점심, 그리고 저녁. 가끔 아침을 먹는다. 평생 먹은 세 끼 식사 중 인상 깊은 음식이 있었냐하면 뾰족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천상의 맛이 딱히 궁금하지도 않다. 먹는데 큰 의의를 갖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체험적 의미로서 식사를 좋아한다. 어떤 식재료가 어디서 왔고, 어떻게 준비되며, 어떤 현상으로 무슨 맛이 더해지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결국 내가 가지고 있는 천상의 맛에 대한 이미지란 과정과 결과, 그것을 탐구하는 과정에 있을 뿐이다. 다른 사람들이 가지는 천상의 맛에 대한 이미지가 궁금하다. 무엇을 기억할지, 식당일지, 분위기일지, 또는 삶일지.
-소고
2022년 6월 25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