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도란도란 프로젝트 - 사백 마흔 세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제주를 사랑한 기억은 별로 없다.


많은 사람들이 손꼽는

좋은 여행지라는 걸 알면서도

막상 내가 쥐어본 것은 별로 없어서이다.


사는게 팍팍했던 것도 아닌데,

왠지 모르게 제주 여행은 별로 해 본적이 없다.


작년에 가족 여행으로,

그 전에는 회사 연수로,

더 전에는 수학 여행으로

이렇게 총 세 번의 방문 속에서


제주를 사랑할 여력이 없었다는게

알량한 핑계 정도이다.


하도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가 좋다고 해서

가기 싫었던 심보는 덤이다.


제주도에 가면

유난 떨며 다니는 것도 아닐텐데

그냥 괜히 싫어지고 마는 것이다.


제주의 바다가 얼마나 에메랄드 빛인지,

그 오름이 얼마나 푸르른지,

음식이 어떤지,

마땅히 다 누려본 적이 없어서 같다.


드라마에서도

영화에서도, 친구의 인스타에서도

제주를 묻힌 흔적은 어디에나 있지만

아직 내 제주는 흘려볼 기회가 적어서 일지도 모른다.


오늘의 날도

사실 제주가 아닌 다른 곳을 여행할 계획을 짜고 있는데

어렴풋이 제주의 향을 흘리는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언젠가는 저 푸릇함에 내가 묻힐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제주는 가깝고도 먼

그런 곳이니까.



-Ram


며칠 전 우연히 내 생애 첫 제주도 여행을 가서 찍은 사진들을 봤다. 약 14년 전 사진들이었는데 하나같이 왜 이렇게 표정이 어두운 건지. 환하게 웃는 모습이 없어서 놀라웠다. 난 분명 즐거웠다고 생각했었는데. 마음속에선 나도 모르게 '이건 아닌 것 같아'라고 표정으로 나마 외치고 있는 것 같았다. 여름인데 입고 있는 옷들은 또 왜 이렇게 더워 보이던지. 꽤나 애쓴 모양이 우스웠다. 그래도 그땐 그 모습조차 만족스러워하며 디카로 찍은 사진들을 모두 인화하는 정성까지 보였는데, 그 사진들은 다 어디로 갔나. 당시엔 정말 소중한 시간이라고 여기며 끔찍하게 아꼈을 텐데, 지금에 와서 돌아보니 모두 바람에 흩날리듯 사라져버리고 남은 건 조소뿐이네.



-Hee


이번 주는 휴재입니다.



-Ho


제주란 '바다를 건너가는 고을'이란 뜻이라고 한다. 옛 말에 이름 따라 간다고 했다. 이렇다 했을 때 제주도라는 이름은 본디 의미와 똑 닮아 있다. 처음 제주땅에 들어가 산 사람을 생각한다. 그때 그 선인은 자신을 어느 곳에 누일지, 산 속엔 무엇이 있을지, 내일은 또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했을까. 아니면 그저 당신도 '지나는 땅'이라 여기며 그 곳을 밟았을까. 나는 자꾸만 옛 형태를 생각하려드는 자신을 보며 상전벽해를 겪는 기분이다.



-소고


2022년 7월 3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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