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사백 마흔 네 번째 주제
김치볶음밥이 맛있으려면
김치가 중요하다.
집집마다 다르지만
엄마김치로 할 때가 제일 맛있다.
특히 엄마김치로
아빠가 볶아주는게 최고다.
아주 간단하면서도
은근히 귀찮기도 한 요리.
초등학생때 친한 친구네 집에
놀러가면 꼭 김볶밥을 해먹었다.
그때 친구는 밥을 푸고
재료도 넣고 간을 맞추고
할 줄 아는 재주가 많았던 것 같다.
그렇게 얼렁뚱땅 해주는 게
맛보다는 즐거워서 자주 갔던 것 같다.
지금은 집에서 혼자 볶고
혼자 먹는 메뉴지만,
꽤 따스하고
괜찮은 메뉴였는데.
약간 슴슴해진 느낌이 난달까.
-Ram
어쩌다 큰맘 먹고 김치볶음밥을 만들기로 마음먹은 사람에겐 그 김치볶음밥 하나에 있는 생색, 없는 생색 다 낼 수 있지만 평소에 요리를 자주 하는 사람에겐 김치볶음밥 따윈 난이도 낮은, 그냥 아무 노력도 들지 않고 해 먹을 수 있는 요리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자.
-Hee
엄마와 아빠가 생채식 섭식을 시작하신 이후로, 집에서 내가 가져올 수 있는 식재료의 종류도 각종 과일과 야채 종류로 한정되었다. 전에 종종 가져오던 된장과 고추장, 김치와 장아찌들은 더 이상 가져올 수 없게 됐다. 그간의 업보를 청산하듯 대대적인 냉장고 정리를 하시면서 나에게 가져가라고~ 가져가라고~ 애원하듯 건네주는 것들을 어차피 다 못 먹고 버리게 될 것이라며 한사코 거절했던 날이 생각난다. 그 덕분에 마지막 김장김치는 모두 형네 집 김치냉장고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어느 날 집에서 혼자 야식으로 라면을 끓이던 와중에 엄마의 김치를 떠올리게 됐고, 그 순간 나는 부모님이 멀쩡히살아계시는데도 그 손맛을 평생 그리워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음을 깨달았다.
집에 먹을만한 게 김치밖에 없어 아침에 만든 김치볶음밥 하나로 하루 세 끼를 모두 해결하던 날을 그리워하게 될 줄이야. 하필 김치의 맛이란 게 집집마다 고유하다 보니 이런저런 대안들을 생각해 봐도 마땅한 게 잘 없다. 그래서 올해 김장철에 김치를 직접 담가보는 게 유일한 정답이라 결론 내렸다. 부모님은 매년 하시던 일인데도 김장이 무슨 대단한 모험처럼 느껴진다. 다행히 방법을 알려줄 사람이 곁에 있으니 가능성은 충분하다. 남은 것은 같이 떠날 동료를 포섭하는 일. 엄마의 김치 맛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마침 몇 있으니 그마저도 어렵진 않으리라.
-Ho
한국 요즘 애들은 별다줄이다. 요즘엔 김치볶음밥을 김볶밥이라 하더라. 김볶밥은 맛있다. 그런데 그것을 음미할 정도는 아닌 것인 게, 김볶밥을 시킬때면 늘 혼밥 또는 빠르게 밥을 먹어야 할 때가 주였다. 휴대폰을 보거나 컴퓨터를 할 때, 다른 반찬이 필요 없으니 먹던 메뉴인 것이다. 그러니 김볶밥이 맛이 있어도 기억하기 어렵고, 맛이 없었다면 진즉 손대지 않았을 테니 김볶밥은 맛있는 음식이 되는 것이다.
-소고
2022년 7월 10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