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사백 예순 번째 주제
가을 냄새.
꾸릿한 은행 냄새가
바닥에서부터 덕지덕지 오르면
그제서야 가을이
코앞까지 온 걸 알게된다.
은행열매 굽는 냄새도
묘하기만 하다.
연두빛 속 열매를 보면
먹고싶다가도
굽는향에 두손 두발들고
피하게 되어버린다.
파삭하게 부서지는
노란 은행잎 사이사이로
찬 공기가 새어나온다.
언제 온 줄도 모르고,
변해간 줄도 모르고,
물들어 있을 때
발견하게 되는 것이
꼭
너를 얼추 닮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
-Ram
아마 딱 10월 말, 이때쯤이지 않을까 싶다. 정문부터 중앙 도서관, 그리고 경영대까지 죽 이어지던 은행 냄새. 바닥에 떨어진 은행들을 누군가 이미 무심하게 밟고 지나가서 꼬릿한 냄새 때문에 코를 찡긋거리며 혹시라도 그 터진 은행들을 잘못 밟아 고약한 냄새가 내 구두에 묻으면 어쩔까 싶은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수업이 끝난 후엔 이미 추워진 공기에 흐린 날씨가 의외로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며 학교 근처 카페에 들러 아이스 아메리카노 대신 라떼나 카푸치노를 주문하며 한숨 돌리고 나면 좋아하는 친구들이 하나둘씩 모인다. 그렇게 수다를 떨고 각자 과제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밤이 되어 한층 더 추워진 날씨에 발을 동동 구르며 버스를 기다리곤 했다. 그 사이 가족 채팅방에는 엄마가 집에 오는 길에 노랗게 핀 은행 나무 사진들을 보내 놓았던 기억이 난다. 가을 하면 빠질 수 없는 길거리의 고약한 은행 냄새는 여전히 별로지만 더운 나라에 있다 보니 이맘때쯤 먹구름이 잔뜩 낀 흐린 하늘을 볼 때면 괜히 바깥이 가을 공기로 가득 차 추워진 그런 상상을 하곤 한다.
-Hee
이번 주는 휴재입니다.
-Ho
은행은 너무 맛있다. 너무 많이 먹으면 배가 아플 줄 알면서도 계속 먹게된다. 어릴적 나의 부모님은 은행은 나이 갯수만큼만 먹어야 한다며 은행 알 수를 세어 내 앞에 내어주셨다. 지금은 그 시절 만큼 은행을 먹을 수도, 먹지도 않지만 은행하면 여전히 나이만큼 세어 가며 은행 구이를 내어주시던 부모님의 손이 떠오른다.
-소고
2022년 10월 30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