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쉰 번째 주제
나는 당신의 모든 것이 진짜이기를 바랐어요
나의 얄팍한 욕심이
당신의 마음을 짓누르진 않았을까 두려웠고
혹여 당신이 떠날까,
가끔 찾아드는 두려움에도
이내 토닥이며 내어주는 손길이 고마웠어요
행여 내가 당신의 미움을 사진 않았을까
한 번 더 돌아보고
조금이라도 내 생각을 하진 않았을까하는
기대가 진짜이기를 바랐어요
내어주는 마음이 클 수록
받고싶은 마음도 커졌어요
나도 모르게 새어나오는
미소를 배실배실 지어보일 때
당신이 건네주던
따스한 미소가 진짜이기를 바랐어요
내가 당신 곁에 다가가 서서
느끼는 온기가 오롯이 나로 인한 것이길 바랐고
나는 계속 당신을 바랐어요
나의 모든 순간에 당신이 스며들어 있듯
당신의 시간, 손길, 눈빛, 마음들이
나를 향해 있기를 바랐어요
늘 바라기만 해서였는지
진짜가 아니었는지는 모르겠어요
나는 당신의 모든 것이 진짜였기를 바래요.
-Ram
1.
어린 나이의 B. 하지만 불행하게도 B는 자신의 진짜 모습이 어떤지 모른채 하루하루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치인다. 물론 B는 자신의 모습이 진짜 자신의 모습인지, 아닌지 알아채지 못한다. 그렇게 하루는 이 상황에 맞추어 자신을 둔갑하고, 또 하루는 저 상황에 맞추어 자신을 둔갑한다. 어떨때보면 마치 카멜레온과도 같다. 그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일테지. 그렇게 B의 시간은 흐른다. 자신의 모습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모른채, 가끔가끔 마주치는 진짜의 모습은 외면한 채, 그렇게 B의 시간은 흐른다. 물론 B에게도 자신을 오롯하게 볼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자신을 오롯이 보려고 노력할때, B의 마음에는 이 사람, 저 사람, C, D, Z 등 여러 인물들이 떠오른다. 그 여러 사람들의 관계(때에 따라 이해관계일 수도 있겠다)를 떠올리며 B는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집중력이 흐릿해진다. ‘여러 색'에 따라 변할 수 있는(혹은 맞출 수 있는) 카멜레온처럼 살고 있는 자신을 정당화하며 합리화한다. 그게 진짜 모습이라며 자위한다. 자위하는 동시에 인지부조화가 일어나 불행해하기도 한다. 때론 우울하기도 하다. 또 그렇게 B의 시간은 흐른다. B가 어느덧 주위를 둘러보았다. 카멜레온처럼 맞춰간 그 '여러 색'이 보이지 않는다. '여러 색'이 있어야 B도 자신의 색을 정할 수 있는데, 도무지 '여러 색'이 보이지 않는다. B는 혼란에 빠진다. 자신은 분명 '여러 색'에 어디에나 맞출 수 있다고 자신했는데, 그 맞춰야 할, 맞추고 싶은 '여러 색'이 보이지 않다니. 지난 날을 되돌아본다. 되돌아보니 예전에 맞춰왔던 '여러 색'들도 모두 카멜레온들이였다. 너무나 가볍디 가벼운 카멜레온들말이다. 그래도 진짜 카멜레온은 몸의 색을 변화하면서 자신을 지킬 수라고 있지. B는 자신을 지킬 수 없었다. 자신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은 B는 탄식한다. 하지만 짧은 수명을 지닌 카멜레온과는 다르게 B는 수명이 길다. B는 이제서야라도 자신을 지키겠다고 결심한다. B는 자신의 모습을 오롯하게 들여다본다. 자신에게 집중하는 집중력이 워낙의 짧은 터라, 처음엔 힘이 든다. 자꾸 다른 생각이 끼어들고, 다른 색들이 끼어든다. 하지만 B는 노력한다. 자신의 모습을 찾으려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 그것이 바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보호색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B는 자신의 보호색이 정확히 '어떤 색이다!'라고 듣지는(혹은 알지는)못했지만 대체로 가까워 지고 있는 색이 있다는 것은 어렴풋하게 느낄 수 있다. B가 진짜 자신을 차근차근 알아가도록 노력하자, 어느새 B의 주변 또한 카멜레온이 아닌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B는 지금 행복하다.
2.
그리하여 그도 그렇겠다 글렌 굴드를 듣는다 당신은 가벼울 필요도 없지만 무거울 필요도 없다 내 생의 앞 겨울을 당신을 훔쳐보면서 설레었으나 그 겨울은 거울처럼 깨져버렸고 깨진 겨울의 파편을 밟고 당신은 지나갔다 글렌 굴드를 듣는다 지나치게 자기 자신이 된다는 것,그게 시라고 나는 생각해오고 있다 그게 나무라고 나는 생각해오고 있다 포도나무가 있는 여인숙에 홀로 투숙한 여행객의 고독처럼 지금 서 있는 자리가 서 있어야 할 자리라고 매일 아침 자신을 속이는 어떤 허무처럼 일인용이고 일회용인 한 개도 재미없는 삶처럼 그리하여 죽음처럼 글렌 굴드를 듣는다 출근과 퇴근, 누가 만든 미로일까? 당신은 무거울 필요도 없고 가벼울 필요도 없다 당신이 없는 겨울을 거울처럼 들고 사랑의 부재 또한 사랑 아니겠는가 지금은 그런 생각도 해보는 겨울이다.
<그도 그렇겠다>,안현미
3.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는 예측 불가능한 인간이 될 수 있을까? 우선은 자신이 예측 가능한 인간일지도 모른다는 전제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탐정의 눈으로 자신의 일상을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것을 바탕으로 조금씩 변화를 주는 것이다. 출근길을 바꾸고 안 먹던 것을 먹고 안 하던 짓을 하며 난데없이 엉뚱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면 우리는 점차 예측 불가능한 인간이 되어갈 것이다. 이런 엉뚱한 연습에서 얻어지는 부산물도 있다.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감수성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가장 무심하게 내버려둔 존재, 가장 무지한 존재가 바로 자신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지 모른다.
<보다> 중에서, 김영하
-Hee
1.
가끔 진짜 같은 꿈을 꾸는 순간이 있다.
그리고 가끔 꿈만 같은 현실의 순간이 있다.
구태여 둘을 나누는 것이 중요할까?
진짜 같은 꿈을 원한다고 다시 꿀 수 없듯이,
꿈만 같은 순간 역시 원한다고 다시 얻을 순 없다.
반쪽은 진짜
반쪽은 가짜.
그 사이에 물든 내가 서있다.
중요한 건 진짜인지 가짜인지의 형태가 아니다.
그 순간, 그 느낌의 존재 그 자체이다.
-Cheol
이번 주는 휴재합니다.
-Bor
2014년 12월 21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