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일흔 아홉 번째 주제
뭐랄까,
나는 퍽 무난한 쪽에 속해서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살고자 하면서도
너무 박해보이고 싶진 않고자 했다.
남들이 말하는 평균을 쫓아 가다보니
대충 어느 언저리에 있긴 한 것 같다가도
내심 아닐지 모른다는 불안함으로
밤을 새곤 한다.
이런게 나의 개성이 될까.
나는 줄곧 눈앞에 닥친 일만
급급하게 치워내는 사람이었고
뜨거웠다가 차가웠다가
속내를 알 수 없는 겁쟁이였다.
쥔 걸 놓을 줄 몰라 끌어안았고
버릴 줄 몰라 같이 문드러졌다.
별 것 아닌 일에 호들갑 떨고
세상이 무너지는 상상에 곧잘 들어앉았다.
쉽게 흥미를 잃다가도
금방 푹 빠지고야 마는 쉬운 사람.
그게 나라는 사람의 특징으로
채워지고 있는 것들.
나는 덧없이 변덕을 부리면서
발등의 불이나 꺼대면서
내일을 두려워하겠지.
나의 허상과 싸우면서 말야.
그런게 나의 진짜, 개성인걸
어쩌면 그래.
-Ram
1.
한 공동체에 굉장히 익숙해져 있거나 그 색 안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익숙해져 결국 색깔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많은 가운데 자기만의 색을 은은하게 또는 끊임없이 발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나 역시 덩달아 무언가(명확하게 무언가인지는 모르겠지만)에 대한 동기를 얻게 되어 엔돌핀이 마구 솟는다. 숨통 트여.
2.
'같이 이야기하는 데 벽이 없잖아'
'밝은 에너지를 주니까'
'사람은 일관성이 있어야 해'
'먼저 어른들이 잘못하면 안 돼. 젊은 사람들도 보고 똑같이 배우는 거야'
-Hee
15년 만의 도쿄 여행에서 여전히 서울은, 한국은 한참 멀었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격차를 느끼고 왔다. 그중 하나는 어디까지 이상해질 수 있는지 스스로를 대상으로 끊임없이 실험을 이어나가는 듯한, 이상하고 괴상한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많을 수 있다는 것과 누구도 그걸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정해진 가방과 정해진 복장을 갖춰 입어야 하는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들이 가능할까. 길을 걷는 내내 나 자신의 몰개성함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서는 그 특이함의 대부분이 일본 사회에서 일어나는 유행의 일종이었다는 점도 알게 되긴 했지만, 개성을 갖추고 싶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개성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평생 무관심했던 부분이라 정말 방법을 잘 모르겠는데, 딱히 스트레스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오히려 흥미롭게 느껴진다. 한눈에 남들과 구별되는 개성을 단번에 갖추기는 아무래도 어렵겠고, 아무래도 이 역시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Ho
표현의 자유라고 둔갑되어 행해지는 폭력은 개성이 될 수 없다.
요즘은 너무 자기 개성을 내세우는 것도 거부감이 든다.
이렇게 무채색의 어른이 되는 게 아닌가 겁나기도 한다.
이럴 때 일수록 나만의 중심을 잘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중심도 내 고집이나 고정관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잘 모르겠는 것들만 늘어간다.
-인이
2025년 2월 9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