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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아흔 세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덧대어 이어 붙여본 날들,

구름 가득한 날도

햇빛 쨍한 날도,

눈발 수북히 쌓인 날도


온전히 나의 것들이었다.


그 사이사이에서

나는 덧없이 웃거나 울거나

짜증내거나 놀라거나

다채롭게 굴었었다.


감정을 감출줄 몰라

넘어지던 순간에도

나의 날들은 어떻게든 이어졌다.


나라는 사람의 속내인지

과거인지 미래인지,

그런 것들이

다 그렇게 생겨먹었다.


돌아보면 예쁘고 아쉬운 것

투성이 같은

멋진 여행 풍경같이


나라는 사람이 그렇다.


어린 나는 반짝거렸던 것 같고,

지금의 나는 바람엔

흔들리지 않는데도

작은 물결에 바스러지고 만다.


내 품이 그런가보다.


나는 빛나고 부서지고

또 피워내고 잃고

그렇게 나는 이어붙여져 왔다.



-Ram


좋아하는 풍경들이 늘어날 때 마치 곳간에 곡식이 가득해진 것처럼 마음이 풍족해진다. 이번 여행에서도 잊지 못할 풍경들을 마주했고,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랑 멋진 풍경이라며 함께 감상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나보다 감상을 더 잘하는 그는 분명 내가 모르는 풍경들을 더 담았을 것이다. 나보다 아침에 더 먼저 일어나서 혼자 산책하는 중 나무에서 떨어져 물에 둥둥 떠있는 릴라와디 사진을 보내는 것만 봐도 그렇다. 다가오는 무더운 여름,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풍경들을 하나씩 하나씩 꺼내며 잘근잘근 안주 삼을 수 있는 날들이 올 것이다.



-Hee


제주도를 무려 3년 만에 다시 찾았다. 딱히 제주가 그립다고는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막상 제주도에 도착해 공항을 나서자마자 없었던 그리움이 쓰나미처럼 밀려들었다. 그간의 공백이 길었는데도 특별히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목적의식은 생기지 않았고, 관성처럼 렌터카를 빌려 김녕, 성산, 중문, 협재를 순서대로 돌았다. 새로움보다는 익숙함에 이끌려 다녔고, 그래서 여전히 제주의 다른 무엇보다 풍경만을 눈에 가득 담아 왔다.


윤철 유리 커플이 제주에 집을 사서 숙박업을 하려고 준비 중이라 아마 여름 장마가 지나가면 다시 한번 제주도에 들릴 것 같다. 그래서 짧지만 아쉬움 없이 여행을 마칠 수 있게 됐달까. 나도 그들처럼 한 일 년이라도 제주에 살아볼까 싶다가도 1년에 한두 번 정도 이렇게 여행으로 오는 것이 딱 적절한 것 같다. 꼭 제주만의 이야기는 아니고, 암만 반짝이는 좋은 것이라도 익숙해지면 꼭 무뎌지니 말이다. 풍경이 뭐 변하기야 하겠냐만.



-Ho


토요일에 아빠 텃밭에서 여동생과 남편이랑 테이블을 펴놓고 맥주를 마셨다.

노을이 지는 순간이었고, 하늘이 참 예뻤다.


매일 뜨고 지는 해지만, 멈추고 봐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하루하루가 그냥 지나가듯이 소비되지 않고 살아가고 싶은데 잘 안된다.


내가 좋아하는 풍경은,

나무가 많은 초록색 뷰, 바다, 공원 같은 자연이 좋다.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하는 모습, 좋았던 여행지, 비행기 안에서 보는 창밖의 모습 같은 게 있다.


나이가 들어서도 누구의 도움 없이 내 두 발로 건강하게 좋은 풍경을 많이 보려면

지금부터 체력을 잘 관리하고 건강하게 지내야겠다!!



-인이


2025년 5월 18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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