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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함"

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아흔 네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소박한 날들,

겨우내 얼었던 것들이

녹아내리면서

무릇 푸르른 것들이 고개를 내민다.


여름은 이글거리며 뜨겁게

땅을 달구는데도


그 여름의 청량함이

자꾸만 생각난다.


나는 어느순간부터

어떤 여름을 기다릴지

손꼽기를 포기했다.


어느날은 따갑도록 뜨거웠다가

시리도록 심심했던 날이었다.


여느 날처럼

나는 여름을 그래도 버텨내겠지,

이렇게 푸르고 아리고

청량한 나의 여름을.


그리고 우리의 여름을 추억하면서 말야.



-Ram


요즘 나무에 초록 잎들이 무성하고, 여기저기 새빨간 장미들이 담벼락에서 빼꼼 고개를 들고 있다. 그래서 어딜 가나 눈이 즐겁고, 길을 걸을 때마다 시야에 좋아하는 것들이 많이 들어와서 입가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매년 생각하는 것이지만, 또다시 새삼스럽게 '겨울보다는 여름이 최고지', '역시 여름이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습도가 낮아 청량하고, 하늘은 파랗고, 햇살에 나뭇잎이 반짝이는 날씨는 사랑이다. 겨울에는 진한 레드와인에 손이 갔는데, 여름에는 레드보다는 화이트를 찾게 되고, 이번에 코사무이에서 리즐링 와인에 눈을 뜨는 바람에 리즐링 와인에도 눈이 가고, 손이 간다. 오늘은 오랜만에 와인 쇼핑을 했는데, 날씨 영향으로 샴페인까지 사게 됐다. 상자 가득 와인들을 담아오니 올여름 대비는 다 했다.



-Hee


녹음이 짙어졌고 해도 충분히 길어졌다 보니 자연스럽게 청량함을 찾게 된다. 레몬을 사와 셔벗을 잔뜩 만들어두었고, 수박을 잘라 냉장고에 채워두었고, 가스파초를 만들어 며칠째 먹었고, 이마트 와인 장터에서 상큼한 쇼비뇽 블랑과 샤르도네를 사는 데에만 두 달 치 용돈을 모두 썼다. 지영은 누가 보면 임신은 내가 한 줄 알겠단다. 그러게, 입덧도 아닌데 왜 자꾸 시큼하고 시원한 게 생각날까.


사실 무더위는 아직까지 오지도 않았지만, 이 정도로 철저히 청량함을 쌓아둔다면 다가올 여름도 무난히 살아낼 수 있지 않을까. 더군다나 작년 여름은 에어컨도 없이 버텨냈으니 말이다. 방마다 에어컨이 설치된 지금의 집과, 아침저녁마다 선선한 바람과, 잔뜩 저장된 청량함이라니, 자신감이 생긴다.



-Ho


오늘 날씨가 매우 청량했다.

비가 온 뒤라 바람도 시원하고 산책길엔 장미가 잔뜩 피었다.


매일매일 해야 할 일들이 쌓이고, 그게 때로는 스트레스로 다가올 때가 있다. 그럴 때 주위를 돌아보면, 사람들은 다 각자가 각자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

눈앞에 해야할 일이 있을때 그것에만 매몰되어 있었던 적이 있는데, 이제는 그런마음이 들때 산책을 간다.


남편이랑 걷다보면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게되고,

무엇보다 몸을 움직이니까 마음이 가벼워진다.


한껏 더위가 오기전에 이 청량함을 즐겨야겠다.

찹찹하고 시원한 바람이 내 마음을 가볍게 해줄 것이다.



-인이


2025년 5월 25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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