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아흔 다섯 번째 주제
식빵 좋아.
호밀빵이 더 좋고,
결이 살아있는 페스츄리도 좋아.
그냥 떼먹어도 좋고,
구워도 좋고,
계란물을 잔뜩 넣어 구운 것도 좋아.
피자처럼 먹어도
러스크로 먹어도
그냥 다 좋아.
아니, 어쩌면 식빵 정말
만능이었나봐!
그런게 좋아.
예측 가능하고
어디에나 자연스럽고
여기저기 어우러지는
그런게 좋아 나는.
식빵 좋은가봐 나.
-Ram
일주일에 보통 5번 이상. 술을 많이 마시는 주엔 3번 정도. 출근시간보다 두 시간은 일찍 일어나서 우리는 커피를 마신다. 두세 달에 한 번씩 생두를 사다가 직접 집에서 로스팅을 한 다음, 아침마다 그라인더로 갈아서 1년 반 넘게 모카포트로 내린 커피를 마셔왔다. 그리고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로는 드립백도 종종 애용한다. 신혼여행 때 우리가 볶은 커피를 코사무이에서 아침에 마시고 싶어서 가기 전, 드립백 키트를 산 뒤 집에서 열심히 드립백에 커피를 넣고 고데기로 실링했다. 그렇게 실링된 드립백 열 한 개(원래 열 두 개를 만들었는데 정우가 그새를 못참고 하나를 바로 마셔서 홀수다)를 가져가서 2개 빼고 다 마셨다. 드립백을 산 적은 있어도 직접 만든 적은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훌륭했다. 집에 아직 드립백 키트가 남아서 핸드드립 필터 대신 우리는 드립백을 종이필터삼아 커피를 내린다. 커피만 마시기엔 배고픈 아침이 많다 보니 냉동실에서 소분해서 보관해 두었던 가염버터와 식빵 두 장을 꺼낸다. 식빵을 토스터기에 넣고 굽는 다음 실온에 살짝 녹인 버터를 발라먹으면 행복한 아침이 시작된다. 이렇게 토스터기에 넣어서 구운 뒤 버터와 먹을 용으로 여러 식빵을 사봤지만 살짝 두툼한 탕종식빵이 가장 맛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며칠 전엔 탕종식빵이 다 팔리고 없어서 조금 다른 식빵을 샀는데 바보같이 토스터기의 가로 길이를 생각하지 못해서 식빵을 반으로 잘라 넣어야 했다. 두 사람 용이니, 두 번 토스터기에 식빵을 구워야 했다. 젠장. 우리의 아침 시간은 1분 1분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 뒤론 식빵을 살 때 키가 큰 식빵은 피한다. 그렇게 식빵에 버터를 바르고 커피를 마시며 아침마다 여러 주제로 수다를 떨다보면 출근을 위해 씻어야 하는 시간이 턱 밑으로 다가온다. 수다가 끊기고, 씻으러 가야하는 때가 늘 아쉽다.
-Hee
아직까지도 주변에서는 꽤나 인정받는 유명한 빵돌이긴 한데, 스스로 자긍심을 갖고 인정하기에는 꽤나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다. 빵에 대한 취향이 너무나 편파적이라는 점과 건강에 생긴 다양한 이슈들 탓에 빵을 섭취하는 양 자체가 굉장히 적어졌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이제는 더 이상 빵돌이가 아닌 셈인데, 그럼에도 빵에 대한 사랑 하나만큼은 변함없이 견고하기 때문에 차마 빵돌이가 아니란 말은 할 수가 없겠다.
빵을 너무 좋아해서 직접 베이킹을 했던 경험이 오히려 취향의 폭을 대폭 좁혔다. 무지가 축복이라더니, 설탕과 버터가 얼마나 많이 들어갈지 가늠이 되는 빵들은 일단은 거를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고도 밀가루를 먹고 난 뒤에 더부룩해질 속을 생각하면 빵의 양을 많이 가져갈 수 없는데, 그래서 도무지 사 먹을 수 없는 게 식빵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헤어진 전 여친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겠다. 식빵으로 만들 수 있는 수많은 음식들이, 그 맛에 대한 기억들이 스쳐 지나간다. 단단한 식빵을 두껍게 잘라 계란물에 밤새 불린 뒤 버터에 익혀 먹는 프렌치토스트가 특히 그립긴 한데, 역시 이왕 빵을 먹어야 한다면 식빵 보다는 지속 가능한 다른 빵을 선택하리...
-Ho
동네에 새로운 빵집이 생겼다.
뭐가 그리 바쁜지 시간을 확인하고,
시간이 20분정도 여유가 있어서 빵집으로 들어갔다.
엄마가 좋아하는 바게트, 깜빠뉴 종류도 많았고
맛있는 빵이 많았지만, 옥수수 식빵을 고르고 포장했다. 명장님이 만든거라는데 집에 와서 먹어보니 맛있었다.
어제는 엄마 동네근처에 우즈베키스탄 사람이 하는 빵집에서 우즈베키스탄 주식이라는 빵을 샀는데
엄청 컸다. 2500원주고 샀는데 거의 후라이팬만 했다.
남편이 먹어보고는 생각보다 더 맛있다고 한다.
가만히 보면,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먹고 살기 위해 자기가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세상이 유지되는 것 같다.
언젠가는 베이킹을 해보고 싶은데,
그런 여유로운 날이 오겠지.
주말은 너무 짧아. 주 4일제에 9-4근무시간으로 전세계가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인이
2025년 6월 1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