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아흔 여섯 번째 주제
언제였던가, 사주를 보면
자꾸 경쟁자가 있을 팔자라고 했다.
잘 되겠지만 꼭
아득바득 경쟁해야 하는 운명이라나.
나는 아직 정말 그런 일을 한다
(영업이니까)
그리고 그게 꼭 나쁘지만은
않다가도 눈물나게 서럽기도 하다.
나는 왜 꼭 이런
경쟁속에 던져져서 지내야하나
싶어서 말이다.
얼마전까지
한끗 차이로 윗 등수와
박빙이었던 적이 있었는데
매일밤 잠을 뒤척이고
아침에 실망하고
다시 이내 힘내고
이런 날의 반복이었다.
나는 그 경쟁속에 갇혀버린 것이다.
차라리 박빙이지 말지,
나는 왜 이런 길고 가느다란
경쟁의 희망 속에서
덜렁 입만 떠있는 기분을 느껴야 하나.
숨막히는 나날,
그리고 어느 때에 쏟아지며
해결되거나 망쳐버릴 때의
시원섭섭함.
그게 내 인생이 굴러가는 굴레라면
나는 80살쯤 까진 조금 어려워지려나보다.
안온한 81살을 기대하며.
-Ram
엊그제 테니스를 쳤는데 1:5로 지고 있었다. 근데 그날따라 정말 이대로 지고 싶지 않아서 눈에 쌍심지 켜고 공이 노려보며 한 점 한 점 따라갔다. 신기하게도 한 세트, 두 세트 이기더니 결국 5:5로 아름답게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테니스는 치면 칠수록 마음가짐에 따라 몸이 반응하는 것 같다. 게임에 간절하지 않거나 그냥 마음 편히 치면 공도 마음 편히 홈런으로 날아간다. 근데 마음가짐을 조금 더 단단하게 하고 제대로 쳐보자는 마음으로 임하면 자세도 더 잘 잡히고 공도 잘 나간다. 치면 칠수록 너무 어려운 운동이야. 생각할 것들이 너무 많은 운동이다. 곧 있으면 롤랑 가로스 결승에 시너랑 알카라즈가 나온다! 너무 박빙일 것 같은데. 개인적으론 알카라즈를 마음속으로 응원하는 중이다. 알카라즈를 보면 뭔가 인간적인 면모가 많아서 이유 없이 정이 간다. 표정이 많고, 잘 웃어서 좋아. 테니스 실력은 뭐 두말하면 입 아프지.
-Hee
이번 주는 휴재합니다.
-Ho
박빙까지는 아니었지만,
완벽한 승리가 아니라 씁쓸했다.
그래도 그걸로 되었다.
-인이
2025년 6월 8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