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독후감"

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아흔 일곱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어릴땐 왜 꼭 독후감 숙제가 싫었는지,

숙제같은 독서가 싫어진 이유라고

핑계를 대본다.


사실 책을 읽기시작하면 너무나 즐거운데

뭔갈 해야한다면 하기 싫어지는게

인간의 본능 아니겠나.


그 때의 독후감은

또 너무나 아날로그라

빨간 원고지에 꾹꾹 눌러쓴 얇은 종이를 싫어했다.


그때가 아니면 가로로 칸칸이

새겨질 글을 쓸 일이 없을 줄 몰랐지.


원고지가 얼마나

감성으로 글자수를 채워줬는지도

그땐 몰랐지.


책을 읽는다기보다 소비하게 된

순간이 아마 독후감을 안써도

되는 때 부터 같다.


독후감 대회를 준비했던

친구를 응원하며

미뤄둔 쌓인책을 곁눈질로 보는 주말 저녁.


잔뜩 소비할게 남았어도

나는 꼭 도망치고 싶어진다

독후감도 쓰지 않을거면서!



-Ram


3주 전, 집 앞 교차로를 지나가는데 언뜻 한 플랜카드가 눈에 띄었다. 시에서 독후감 대회를 연다는 것! 한번 해볼까 싶다가 시간이 없겠지 싶어서 외면하고 잊었다. 며칠 뒤 정우가 카톡으로 '연희 한번 나가봐'라는 말과 함께 하나의 이미지를 보내왔다. 그것은 바로 내가 며칠 전 봤던 독후감 대회 플랜카드와 동일한 내용의 배너였다. 아, 이 독후감 대회는 나가야겠다고 마음먹은 뒤 집에 미리 빌려 놓은 책 3권 중 한 권을 골라잡았다. 가장 빨리 읽으려고 얇은 책을 골랐는데 내가 빌린 책 중 가장 어려운 내용이 아니었나 싶다. 그나마 몇 챕터 중 하나의 챕터에 마음을 빼앗겼고, 그 내용으로 독후감을 쓰려고 생각한 뒤 독후감 내용을 어떤 식으로 쓸지 며칠을 메모하며 구상했다. 샤워하면서도 생각하고, 점심시간에도 생각을 멈추지 않았고, 자기 전에도 고민했다. 당시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스케줄이 꽉꽉 차 있어서 독후감 대회 마감하는 날이 되어서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생각들과 고민들을 모으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았다. 한글로 써야 하나, 워드로 써야 하나, 어떤 소프트웨어로 써야 하는지 순간 애매해져서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공고문을 다운 받은 뒤 자세히 읽어보기 시작했다. 한글이든, 워드든 상관없다는 말에 그럼 그냥 한글로 써야겠다 하면서 공고문 마지막 부분까지 읽었는데, 아뿔싸. 사서들의 선정도서들 중 한 권을 골라 독후감을 쓰라는 내용을 그제서야 확인했다. 물론 그 사서들의 선정도서 중 내가 읽었던 책의 제목은 야속하게도 없었다. '아..' 시간이 만약 더 있었다면 그 책 중 한 권을 도서관에서 빌린 후 독후감을 다시 썼을 텐데 이미 마지막 날이 아닌가.. 조용히 노트북을 닫았다. 그리고 쇼파에 누워 눈을 감았다. 거진 일주일을 고민하게 했고, 사서들의 선정 도서에 있길 간절하게 바라고 책은 '생각의 음조'였다. 이제 두 번째 챕터에 대한 미련은 버리고, 남은 마지막 챕터를 읽어야겠다.



-Hee


이번 주는 휴재합니다.



-Ho


책을 언제 마지막으로 읽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나는 최은영 작가를 좋아한다.

울고 싶은 날 일부러 읽을 만큼 슬픈책 이지만,

그만큼 작가의 섬세함과 따뜻함이 느껴져서 좋아한다.

이제 방학이니까 책을 다시 읽어야겠다.



-인이


2025년 6월 15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박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