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아흔 여덟 번째 주제
*환생
최근에 본 드라마에서
천국과 지옥 그리고 환생을 다루고 있었다.
모든 인연이 단순히 좋은 끈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악연도 필연도 다 결국 이어진다는 것.
내가 과거에 어떤 모습으로
환생하고 이어져왔는지,
혹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런 것들이 결국 나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나는 터무니없는 상상을 자주 했는데,
지구 반대편의 내가 살고 있다던가
때론 어떤 동물로 일주일 살다 간다던가
그런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해본다.
나는 그래서 전생도 환생도
지금의 나도
다음 생의 나도
존재함을 어렴풋이 믿게된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인연을 소중히 해야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드라마에서도 결국 그랬거든.
모든 스치는 인연까지도
내 연이 닿은 결과라고.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상처가 되지 않게 살아야지
누군가에게 대단하진 않아도
나쁜사람이 되진 말아야지.
이얍.
-Ram
1.
점심시간에 산책하는데 같이 산책하는 회사 동료가 물었다.
"연희씨는 다음 생이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동일한 생각을 혼자 해본 적이 있던 나는 단숨에 대답했다.
"아니요. 저는 전생도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의 내가 죽으면 또 다른 자아를 가진 내가 태어날 것 같긴 해요. 과거에도 그랬을 거고. 근데 그 자아들이 이어져 있다는 생각은 안해봤어요."
2.
수많은 단톡방 중 하나의 단톡방에서 누군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연희씨는 해산물을 엄청 좋아하는데, 진짜 이러다가 다음 생에 물고기로 태어나겠어요."
그 말에 나는 대답했다.
"전 물고기보다 차라리 범고래로 태어나고 싶어요."
3.
어디선가 그런 글을 봤다. 사람이 죽으면 그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기에도 존재하고, 내리는 비에도 존재하고, 우리가 밟고 있는 땅에도 존재할 수 있다고. 어디에나 존재한다고. 이별을 맞이한 사람에게 꽤 괜찮은 위로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Hee
49재는 아빠가 원체 불교에 진심이었던지라 당연히 하기로는 했지만 장례식장에서부터 시작된 장례 산업 전체에 대한 회의가 염불 외는 스님에게까지 옮겨붙어 뭐든 아니꼽게 느껴지고 죄다 집어치우고 싶은 마음이었다. 스님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크고 작은 대가를 요구했던 데다가 아빠를 위해 올린 노잣돈도 결국엔 스님 호주머니로 들어갈 것이라 생각하니 또다시 무력감이 찾아왔다.
그럼에도 정성스럽게 절을 올렸다. 어쨌거나 아빠의 무사 환생을 기원하는 자리 아니었던가. 지옥의 재판들을 무사히 헤쳐나가고 끝내 환생하길 바라며 정성스럽게 술을 올리고 절을 했다. 먹고 싶었던 음식도 잔뜩 먹고 그렇게나 좋아했던 술도 마시고, 다음 생에서도 엄마를 만나 둘이서 그렇게나 노래를 불렀던 전국 차박 여행도 꼭 하시라고. 부디 좋은 곳으로 가서 고생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사시라고.
-Ho
이번 주는 휴재합니다.
-인이
2025년 6월 22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