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표현"

도란도란 프로젝트 - 육백 한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그 어떤 사랑의 표현도

직설적인 것이 아니면

와닿지 않던 때가 있었다.


사랑을 사랑이라고 해야

내가 채워지는 줄 알아서,


매일 아침 먹을 걸 챙겨주고,

잠든 사이 옷을 다려주고,

시간에 맞추어 나를 데리러 오는

그런 대단한 것들은

사랑인 줄 몰랐다.


애둘러 표현하는 방식이

멋대로 별로라고 치부해버렸다.


사랑은 늘 주고 싶은 사람의

마음대로 날아온다.


반찬을 챙겨준다거나

여행을 가자고 꼬신다거나

그런거.


그땐 진짜 몰랐지,

그런 사소하지만 큰 것들이

나를 사랑한

당신의 무한한 표현이었음을,


몰랐지 나는.


그래도 이제야 나도

잔뜩 표현할 준비가 되었는데

멋없게 사느라

나는 또 그걸 미루고 앉아있다.


부족한 나,

그리고 가여운 당신.



-Ram


표현은 언제든,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꼭 필요한 행위다.

가족에게는 존중의 표현을, 연인에게는 사랑의 표현을, 친구에게는 관심의 표현을, 직장 동료에겐 배려의 표현을, 상대방과 운동할 때는 흥미의 표현을, 낯선 이에겐 호의의 표현을 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백 배, 천 배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

요즘은 ‘싫다’는 의미의 표현을 얼마나 세련되게 하는지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본다.

‘싫다’는 의미의 표현을 무심코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말에 뼈가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상처받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내가 의도한 바가 아닌데 상대방이 그렇게 느낀다면 꽤 억울할 수도 있을텐데, 본인이 마이너스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

싫은 건 싫다고 표현하는 것이 ‘솔직함’과 ‘쿨함’, 혹은 ’나이가 많아서, 또는 어려서’라는 이유들이 허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더 괜찮은 말들이 많다. 더 둥그스름한 말들이 많다. 굳이 안해도 될 말들은 더 많다.

지나가는 개구리에게 돌을 던지지 말자.



-Hee


표현도 결국엔 듣고 싶고 보고 싶은 대로 해줘야만 좋아한다. 억압된 내 감정을 그저 표출한다고 좋아질 게 없다는 말이다. 그러니 차라리 나는 나 자신을 위해서만 표현한다. 묵혀둔 속마음을 써내고, 몇 날 며칠의 감정을 다시 꺼내서 해소시킨다. 나를 좀 더 잘 알자고 시작한 일인데도 어째선지 점점 나 자신을 모르게 되어가고 있으나 안정감을 되찾고 중심을 잡기에 이보다 좋은 게 없다고 느낀다. 그 외에는, 그러니까 누군가와 소통하고 공감하고 이해하기 위한 표현은 일찌감치 포기했달까. 이래도 되나 싶지만서도 이렇게 해도 괜찮게끔 삶을 꾸려가는 중이다. 놀랍게도 나 혼자만의 아집을 위해 주변에서도 도와준다는 게 신비롭다.



-Ho


어쩔 땐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이 참 부러웠다.

저렇게 솔직하게 말할 수도 있구나 하면서.

나는 말을 뱉다가도 눈치를 보곤 하니까.

그러다,

또 어쩔 땐 말을 아끼는 사람이 부러웠다.

말의 무게란 어떤 것보다도 무거울테니 아끼면 아낄수록 그 사람의 가치가 올라간다.


나는 가만히 들어주는 것도, 센스있게 필요한 말만 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가끔은 또 그런 생각을 한다.

모든 사람이 완벽하면 무슨 재미일까.

세상 사람들 모두가 생각과 행동이 다르기에 각자의 개성이 빛나는 걸텐데.

그래서 때론 표현을 하는 사람이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표현을 아끼는 사람이 대단해 보이기도 하는거니까.



-NOVA


2025년 7월 13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부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