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육백 네 번째 주제
여름에 힘들게 일하시는 엄마,
기름에 아프게 데이신 아빠,
그런데 엄만 힘들지 않대요
그런데 아빤 아프지 않대요.
일곱살에 유치원 숙제로 낸 동시였는데
집에 지금도 걸려있다.
웃기지 정말,
20년이 지나도
여전하다 우리집은.
딱 그만큼 뜨겁게 더운 여름.
힘들게 일하는 엄마도 아빠도
얄궂은 여름 찜통 더위를
맞설 기력 없이
너나없이 견디고 지낼 뿐이다.
부쩍 마른 부모님이
여름마다 안타까운 것은
딸보다 인간으로서
그런 마음이 들 수 밖에.
고단함을 알기에 기분이
소란스러워진다.
여전히 당신들은 괜찮고
힘들지 않다고
날 걱정하는 모양이
20년 전 즈음과 닮아있어
마음이 요란하게 뜨겁다.
그저 소중한 내사람들.
더위에 녹아내리지 않는
덧없이 따스한 사랑들.
-Ram
1.
언제부터인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을 물으면(사실 안 물어도) 언제나 '여름!'이라고 대답한다. 여름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낮이 길기 때문이고, 중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자유롭게 밤 시간도 사용할 수 있어서다. 낮이 길면 하루를 더 길게, 하루 중 무언가를 더 많이 할 수 있는 기분이라 뿌듯하고, 춥지 않은 여름밤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한가 싶다. 점점 한국의 여름이 더워지고 있는데 오히려 동남아에서 살다 온 나는 그때의 기분이 느껴져서 개인적으로 반갑고, 여러 동남아 국가를 여행하고, 그곳에서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기억과 추억을 쌓은 결과 더위가 좋아졌다. 밖에서 5분 이상만 걸어도 습도가 높아 온몸이 땀으로 젖은 도시에 있어도, 밤엔 언제 여름이냐는 듯 금새 시원해지는 도시에 있어도, 30도가 넘는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가죽 부츠를 신는 패션을 고수하는 여성이 있는 도시에 있어도 늘 좋았다. 여름이 오는 것이 늘 기다려졌고, 여름이 가는 것이 늘 아쉽다. 얼마 남지 않은 올 여름도 후회없이 보내야지.
2.
나의 아이스크림 취향이 매년 변하고 있다. 어느 여름엔 '와'를 그렇게 먹더니, 어느 여름엔 '옥동자' 또는 '쿠앤크'를 그렇게 쌓아두고 먹었다. 또 어느 여름엔 '와일드바디'를 하루에 한 번씩은 꼭 먹더니, 올여름엔 '고드름'같이 얼음덩어리로 되어 있는 아이스크림이 그렇게 땡긴다. 내년 여름엔 뭘 먹고 있을까.
-Hee
이번 주는 휴재입니다.
-Ho
이렇게 무더워질 때면 행복이 가깝게 느껴진다.
선풍기를 틀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내가 좋아하는 만화책을 볼 때면 세상 무엇도 부럽지 않게 느껴진다.
원래 몸이 힘들어질수록 사소한 게 행복해지니까.
밖은 덥다 못해 숨이 턱 막히고 답답하다.
민소매로도 더위를 이기기엔 부족하고
바람이 불어도 더운 바람일 뿐.
그제서야 평상시에 아무렇지도 않았던 것들이 쉽사리 그리워진다.
아무렇지 않던 선선한 바람, 창가에 부딪히던 빗방울, 입 안을 얼리는 냉면 한 그릇 그런 것들.
그러다가도 뜨겁던 여름이 한 풀 꺾이고 하나의 계절이 바뀌고 나면 그땐 다시 여름이 상기한다.
습하고 더웠던 기억보다도 시끄러울만큼 우렁차던 매미소리와 햇빛이 눈부시던 바닷가가 곧 잘 기억나곤 한다.
미화된건지..
사람은 참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목마름이 있나보다.
-NOVA
2025년 8월 3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