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쉰아홉 번째 주제
**당분간 매주 세 덩어리의 글들로 도란도란 프로젝트를 이어갑니다.도란도란 프로젝트에 매주 다른 주제로 함께 글을 이어가고 싶은 분이 있다면 편안하게 puresmile11@gmail.com 로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이번 글의 윗 공지를 보시고 일찌감치 연락주신 분들이 계셨습니다.
관심가져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Ram, Hee, Cheol
운동화를 자주 신게 되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표현을 하기엔 아직
소박한 나이라고 생각하지만,
더디게 느끼던 시간들이 빠르게 느껴질 때가 잦아졌다.
짧아진 하루 해가 아쉽고
또 흘러보낸 시간 중에 헤아려볼 추억도 차곡차곡 쌓여
그리움에 머무르는 시간도 꽤 잦아졌다.
그리고 운동화를 자주 신게 되었다.
이십대 초반 즈음에는
굽 높은 구두를 신고
미니 스커트나 원피스를 입기도 했다.
운동화는 딱히 부지런하지 못한 내가
이따금 조깅을 감행할 때,
혹은 시험기간 즈음에나
꺼내신게되던 신발이었다.
요즘은 일곱 밤 중 여섯 밤은 운동화를 챙겨 신는다.
설레이고 두근거리는 화려함보다
안정적이고 편안함을 찾게 되는 날이 잦아졌나보다.
화려하고 반짝이는 일상보다
소박하고 투박한 하루하루가 좋아졌고
자극적인 스릴보다
내 하루를 온전히 무너뜨리지 않고
잔잔하게 흔들어주는 설렘이 좋아졌다.
내딛는 발걸음이 사뿐한
운동화를 꽤 자주 신게 되었다.
-Ram
1.
운동화는 내게 어려운 영역이다. 솔직히 별거 아닌것 같지만, 눈으로 봐서는 뭐가 예쁜지 잘 모르겠고, 막상 신어봐도 어디가 어떻게 예쁜지 잘 모르겠다. 정말 운동할 때 빼고는 항상 힐만 신는 나에게 운동화는 그렇다. 그래도 작년엔 운동화랑 친해져보려고 ABC마트 앞을 지나가면 꼬박꼬박 들어가서 운동화 뭐가 있는지 살펴보고, 신어도 봤다. 무슨 앱을 받으면 할인되는 운동화가 있길래 구매까지 했다! (물론 옆에 동생이 예쁘다고 계속 권유하지 않았으면 나 혼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일) 그때 구매한 운동화는 아직도 새 것처럼 뽀얗다. 그래도 새 운동화니까 평소에 의식하고 있다가 집 앞에, 주변에 나갈때 꼬박꼬박 신고 있다. 힐은 딱 길거리 지나가다가 쳐다만 봐도 나한테 어울릴지, 안어울릴지, 신으면 어떤 분위기가 나올지 단번에 알아차리는데 말이지. 심지어 어떤건 가격까지 얼추 맞춘다. 하지만 운동화는…. 거참 운동화가 뭐라고. ㅋㅋㅎㅎ 나도, 운동화도, 웃기는 짬뽕.
2.
친한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썼다.
‘당연했던 일들은 당연하지 않을 때에 알게된다’
책이고, 블로그고, SNS고, 친구간의 대화에서도, 익숙해지면 소중함을 잃게된다는 말을
수도 없이 많이 듣고, 읽었는데.
그래서 나는 그렇지 않아야지,라고 다짐했는데,
어느 순간 나는 멍청이처럼 너무나도 당연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투정을 부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뒤에 엄청난 죄책감과 슬픔이 한꺼번에 밀려들어와 울고 또 울었다.
정말 멍청이다.
바보똥깨멍청이해삼말미잘.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려는 나의 마음이 옳았으면 좋겠다.
정말로.
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말로.
3.
그대 죽어 별이 되지 않아도 좋다
푸른 강이 없어도 물은 흐르고
밤하늘은 없어도 별은 뜨나니
그대 죽어 별빛으로 빛나지 않아도 좋다
언 땅에 그대 묻고 돌아오던 날
산도 강도 뒤따라와 피울음 울었으나
그대 별의 넋이 되지 않아도 좋다
잎새에 이는 바람이 길을 멈추고
새벽이슬에 새벽하늘이 다 젖었다
우리들 인생도 찬비에 젖고
떠오르던 붉은 해도 다시 지나니
밤마다 인생을 미워하고 잠이 들었던
그대 굳이 인생을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부치지 않은 편지>,정호승
-Hee
내가 신었던 운동화들을 보면 떠오르는 것,
‘가진 것이 별로 없던 시절의 나’.
나는 운동화를 여러 개 살 금전적 여력이 보통 없었다. 그래서 나는 하나의 운동화를 주로 계속 신었고, 헤진 운동화에 구멍이 나서야 그걸 핑계 삼아 운동화를 가족에게 얻어 신었던 것 같다.
많은 이들이 운동화(혹은 구두)에 대한 욕심이 많듯이 나 역시 그렇다. 물질적인 욕심. 다만 나는 그 물질적인 것에 대한 경외감 이외에 소유에 대한 포기가 빠르다. (이따금 경외감이 드는 가치 있는 물건들이 있다. 뉴발란스 993이라든지, 나이키의 신발이라든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라든지) 내가 자라나면서 이따금 갖고 싶었던 것들에 대한 좌절들에 기인한 것일까?
물질적인 욕심, 그 것이 본질적으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와는 반대로, 우리 누나는 그 물질적인 관심과 욕심이 매우 크다. 한 때는 나의 좁은 견해로 그 것에 대한 우려를 표현했었지만, 누나 같은 경우는 물질적인 관심과 욕심이 발달해서 긍정적인 행동변화로 이어지는 사람이었다. 그러한 우리 누나는 나에게 ‘욕심’ 이란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던 중요한 계기이기도 하다. (물건 하나를 사고 싶어 노력했던 과정이 하나의 진귀한 경험이 되어서 그 것이 직업이 되었고, 현재는 자기 브랜드의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욕심이 많으면 좋지 않다’라는 교훈 같은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다. 혹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일 수도 있다. 우리가 욕심쟁이라고 지칭할 때는 보통 좋은 뉘앙스가 아니기 때문에. 하지만 반대로 ‘욕심’은 어떠한 일이든 있어야 스스로 나서서 활동하게 되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자극제이다.
‘가진 것이 별로 없었던 나’에서 ‘욕심이 많은 나’로 변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왔다.
비단 신발 뿐만 아니라 사랑도, 직업도, 내 삶과 행복도 말이다.
-Cheol
2015년 2월 22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