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육백 서른 일곱 번째 주제
인생에 중요한 순간은
예고없이 찾아온다던데
꼭 그랬다.
나는 폭포같이 쏟아지는
불운을 막아내느라
애써 움직이고 있었다.
그때에 나는
무엇이 옳은 것인지 아닌지
눈이 멀었던 것 같다.
당장 이것이 없으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를 온통 휘감았다.
미래도 현재도 내던진 채로
뛰어든 불구덩이 속에는
내가 찾던 행복이
아지랑이같은 허상이었음을,
그런 현실을 맞닥뜨렸을 때에
나는 잿빛으로 무너졌다.
울음에 뒤엉킨 것들이
분노인지 모르쇠인지
분간도 못한채로
그렇게 그 속에서 던져져 있던 나를
꼭 하나의 행운으로 살게했다.
그런 것이다.
나를 아득한 행복에 밀어넣는
그런 순간은
꼭 그렇게 예고 없이 온다.
그런 것이다.
불 속과 평온 속을 하루에도
수십번 오가는 감정의 파도 속에서도
그렇게 나는
온몸으로 감정을 받아내곤 했다.
꼭 그랬다.
-Ram
평소에 불만을 얘기하는 편이 아니다. 최대한 좋은 쪽으로 생각하다가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면 바로 마음을 돌린다. 이건 참는 것도 아니고, 바보같이 불만을 얘기 못하는 것도 아니다. 불만을 이야기해서 바뀔 것 같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히 이야기하겠지만, 어디 세상에 그런 게 얼마나 있겠나. 사람을 바꿀 수도 없고, 상황을 완벽하게 전환시킬 수도 없는 때가 많지 않은가. 난 무언가가 불만이라는 마음이 들면 내가 변하든, 상황을 변화시키든, 그걸 어떻게든 바꿔서 불만을 마음에서 털어내려고 노력한다. 불만을 갖고 있는 그 자체가 내게 스트레스고, 내 마음과 시간을 갉아먹는 것 같이 느껴진다. 불만을 털어놓으면 그게 해소가 될까. 얼마 전 식사 자리에서 나 이외의 모든 사람들이 절대 바꿀 수 없는 불만들을 쉴 새 없이 털어놓았다. 솔직히 말하면 딱히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좋지 않았고, 거기에 맞장구를 쳐주고 싶지도 않았다. 지긋지긋한 험담들. 지겨웠다.
-Hee
아이가 생긴 지금도 사실 나는 혼자인 삶을 동경한다. 독신인 후배나 친구들을 볼 때면 부럽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그들은 흔한 유부남의 한숨 혹은 농담에 가까운 말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절규와 다름없는데. 혼자서도 그리 외롭지 않고, 혼자서라면 여유롭게 먹고 살 벌이가 있고, 혼자만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의 인생이 어쩌다 이런 방향으로 흘러왔을까. 왜 혼자인 삶을 팽개쳐서 나라는 사람의 민낯을 굳이 매일 맞닥뜨리며 살게 됐을까.
사랑을 받아 봐야 남을 사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적어도 내가 받은 만큼의 사랑보다는 훨씬 더 많이 아이에게 전해줘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다. 그럴수록 나의 인간성에 겁을 먹게 된다는 것이 아이러니지만. 말귀를 알아먹지 못하는 갓난쟁이 아이에게까지도 화가 치미는 나 자신의 저급함을 깨닫는 일은 단순히 심란하다는 정도의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절망감을 안겨준다. 어딘가 도망치고 숨을 곳도, 무엇 하나라도 돌이킬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점도 그 절망감에 큰 몫을 한다.
나의 내면을 내가 외면하지만 않는다면 앞으로도 적당히 나쁘지 않게는 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나는 이 일에도 일종의 단련이 필요함을 체감했다. 어떤 점에서는 달리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나를 돌보다 보면 체력(멘탈)의 수준을 유지하면서 조금씩 꾸준히 향상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언젠가는 꽤나 큰 사랑을 발산할 수도 있지 않으려나. 그렇게 생각해 보니 어쩌면 의외로 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해봐야 알겠지만.
-Ho
난 싸우는 게 무지 싫다.
하지만 불행히도 화는 나기 마련. 화는 내가 먼저 내도 대화가 안통할 것 같으면 회피를 택한다.
싸움은 도돌이표처럼 느껴진다.
끊없이 말꼬리가 늘어지고 내가 맞네, 네가 맞네 설득이 아닌 강요만 하니까.
보통의 싸움은 그렇다.
그렇지만 싸움은 필요하다. 아니 싸움으로 가지않을 현명함이 더 중요하겠지.
어떻게 하면 우회할 수 있을까.
상대방에게 분노하지 않고 이해와 배려로 그 시간을 채울 수 있을까.
사실 너무 꿈같은 얘기다.
왜냐면 서로가 현명함을 가지거나 한 명만 너그러워질 수 밖에 없으니.
이쯤에서 뻔한 멘트가 생각난다.
나부터 바꿔야 지구가 바뀐다는.. 결국 누군가는 싸움이 아닌 대화로 더 좋은 결과를 도출해내야만 한다. 지구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주변은 확실히 바뀐다고 보장한다.(물론 싸움에서 상처만 되는 관계는 놓길 바라며..)
하지만 이 방법 말고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내게 알려주길 바란다.
이 마음가짐을 살고가면서도 고쳐지기 힘든데 나는 너그럽기 싫고 남이 나를 이해해줬으면 하는 심보는 버리자.
물론 이 모든 내용의 화살은 나를 가르킨다. 이 생각과 다르다 해도 이해한다. 그것이 그가 맞닦뜨리는 방법임을 안다.
내가 살아온 세계에서는 그랬다. 내 세계에서 알게 된 건 ‘현명한 자가 되어야 한다’였다.
-NOVA
2026년 3월 22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