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예순다섯 번째 주제
질투, 그리고 꽃샘추위
오는지도 모르게 봄이 살금 다가왔다.
슬며시 다가온 것 뿐인데도
채 물러나지 못한 추위가
봄을 시샘한다.
완연한 봄인줄 알았더니
여전히 서늘한 바람은
있는 힘껏
존재의 마땅함에 기승을 부린다.
언제 그리도 피었냐며
꽃잎 사이로 으르렁대며
눈길을 욕심내기도 한다.
…
나는 떠나기 싫은 것도 아니거니와
더욱이 네게 많은 것을 바란 것도 아니었다.
내가 다시 찾아왔을 때에도
네가 과연 봄을 반기듯 반겨줄지
확신이 서지 않았을 뿐이다.
나는 다만 네가
이토록 따스해진 햇살에
눈쌀을 찌푸리면서도
나보다 봄을 반기는 것이
못마땅했을 뿐이다.
내가 떠난 후에
너무 행복한 봄을 누리지는 말아달라고,
여름이 다가올 즈음 깨달아달라고,
나보다 멋진 계절은 없었으리라
네게 내가 항상 최고였기를. 먼저였기를.
-Ram
1.
회색빛의 교복을 입고 남색 넥타이를 열심히 매던 시절에.
처음으로 내가 많이 좋아했던 아이와 헤어졌고, 그 아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나와 같은 반 여자아이와 만났다.
내 자리는 교실 맨 오른쪽 줄이였고, 덕분에 교실 앞문에서 이야기하는 모습과 소리가 뚜렷하게 들렸다.
그 아이는 여자친구를 만나려고 매 쉬는시간마다 우리반 앞문으로 왔었고,
곧 여자아이를 만나 그 앞문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했었다.
지금보다 훨씬 더 감정에 서툴렀던 그때, 나는 아직도 미련이 남았었기에 그 여자아이를 질투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은 그냥 그 모습을 외면하려고 책상에 엎드리는 것 뿐이었다.
이어폰을 가져오지 않아 들리는 소리는 어찌 피할 수 없었다.
쉬는시간 10분이 30분처럼 느껴졌고, 1분이 굉장히 느리게 갔다.
한동안은 쉽사리 태연해질 수 없었다. 그렇지만 자존심때문에 태연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줄 수도 없었다.
그런 딜레마를 겪을 때에도 시간은 부지런히 흘러갔고, 꿋꿋하게 지내왔던 나는 정말로 꿋꿋해졌다.
2.
상대방의 질투를 느끼면 아무 의심없이 기분이 좋았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상대방의 질투를 느끼면 일단 그 상대방을 의심한다.
네가 느끼는 그 질투라는 감정이 혹여나 날 얽매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따위 말이다.
이런 의심으로 인해 되려 내가 더 겁이나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적도 있었다.
3.
귀여운 질투야 애교의 일부겠지만,
질투하고 이 질투의 꼬리를 물고 또 질투를 하고,
또 이 질투의 꼬리를 물고 또또 질투를 하고,
또또 이 질투의 꼬리를 물고 또또또 질투를 하고.
이런 사이클이 반복되는 사람들이 있다.
또가 반복되다보면 어느순간 그들은 그들 감정을 더이상 컨트롤 할 수 없을 정도까지 질투를 하게 된다.
그럼 뭐. 불운한 결과만 초래하게 되는거지 뭐.
그냥 자기 자신을 믿고, 질투를 하지 않는게 제일 속편하다.
자신을 갉아먹는 질투따윈 그만하고, 그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좋아하는 곳을 가고, 신선한 원두로 만들어진 아이스 카페라떼를 먹는 것이 제일 최고.
아이스 카페라떼가 신선하다고 생각되는 곳이면 내게 살짝 귀띔을 부탁해.
-Hee
창 밖의 불빛들이 맑게 보이는 비가 오는 밤. 버스 한 켠에 앉아 창에 맺힌 물방울들을 멍하니 바라보며 멍하니 생각한다.‘시기’와 ‘질투’ 그것이란 무엇인가.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는 시기와 질투를 대표하는 작품이라지만 무엇인가 나에게 와 닿지는 않는다.
나는 곧이어 회상하고, 어두운 지하의 시끄러운 클럽의 한 켠에 있는 바에 기대서 맥주를 마신다. 친구가 한 명 있었다. 동성친구는 아니었고 그 친구는 여자아이였다. 특별히 그 사람을 좋아한다거나 그 사람에게 욕심을 냈던 건 아니지만, 그 친구가 다른 이들과 춤을 추는 것이 제법 못마땅했다.
우리의 마음은 참 오묘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 마음과 마음 사이의 일들이 으레 그렇다. 그런 걸 보면 어려서부터 만화를 제법 봐둘 걸 그랬다. 그런 보통의 생각들을 하고 있는 사이 내 옆에 앉아있는 사람의 손이 내 목덜미에 와 닿는다.
“무슨 생각해요”
이 사람인 걸까. 나에게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될지도 모르는, 그래서 내가 나의 마음이 온전하도록 지켜내야 하는 대상이란 것은.
어찌되었든 ‘만화를 많이 봐둘걸’하는 뚱딴지 같은 생각이 드는 하루.
-Cheol
“호진? 호진이가 누구야? 뭐야, 너 좀 수상해. 누군데 그렇게 계속 연락해?”
위태로우면서도 애틋한 말이었어요. ‘정말로 너를 좋아해. 나보다 너를 더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어.’ 뜨거운 순간의 진심들을 푹 삶아 고아낸 말. 하지만 섬세함이 필요하죠. 졸여내고도 또 졸여버리면 엉겨붙은 진심들은 금새 쌔까만 집착이 되어버리거든요. 그건 보는 것만으로도 식도가 녹아내릴 듯 위험하죠.
“바보야. 호진이 내 사촌동생이잖아. 전에 우리랑 같이 밥도 먹었는데, 기억 안 나?”
“아. 호진이~ 그 귀여운 호진이. 그래, 얼른 연락 마저 해.ㅎㅎ”
얼마나 뽀얗고 또 담백한가요. 질투는 가끔 따뜻하고, 보드랍고, 향긋하고.
-Ho
2015년 4월 5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