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도란도란 프로젝트 - 여섯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손톱의 일생

손톱을 막 잘라서 버렸다가
천년묵은 쥐가 주워먹고
손톱 주인과 똑같은 사람이 되었던 이야기.

생각보다 상당한 충격이 되어
여전히 기억하는 이야기 중 하나인데
손톱을 딱히 예쁘게 다듬는 성격도 아니면서
늘 깔끔히 잘라내는 것도 아니기에 마땅한
핑곗거리로 삼기 좋은 이야기라 생각해본다.

내 손톱은 생각보다 섬세한 녀석인데,
아무리 끝까지 잘라내어도 흰색 손톱 끝부분이
전부다 잘리지 않는다.
말하자면 살이 손톱보다 끝까지 자라지 못한게다
(키는 쭉쭉 잘도 자랐으면서..)

학창 시절의 손톱검사는 늘 실패
볼링을 치다가도 늘
두어개의 손톱은 볼링공에 내어주며
부러뜨리기


딱히 손톱을 잘라내거나 기르거나 하는 것도 아니지만
매니큐어를 반짝반짝 바르는 것도 아니지만

그냥 그대로 두는 거다
자라날 때까지 무심하게 내버려두고
길게 자라나면 더이상 자라나지 말라며
다듬어 주고
그게 내 손톱의 일생이다.

가리고 꾸미고 할 것 없고
모양내지도 않고
그냥 그대로 자라나고 잘라내고
투박하고 화려하지 않게
그게 내 손톱의 일생이다


-Ram


내겐 징크스라고 하기엔 조금 거창한 것 같고, 그냥 신경쓰이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손톱.
어쩌다 내 손톱이 길다고 느껴지면 그 날 하루는 굉장히 찜찜하다.
일을 해도 잘 마무리 짓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빨리 집에가서 손톱을 깎고 싶은 생각 뿐이다.
그리고 나는 손톱을 굉장히 자주 깎는다. 3~4일에 한 번씩은 깎는다.
더이상 키는 자라지 않고, 손톱과 머리카락은 금방금방 자라는 것처럼 느껴지는건 기분탓일까.
하하하하.
그래서 손톱을 아침에 깎으면 그 날은 기분이 산뜻하고,
손톱을 자기 직전에 깎으면 그 날은 기분좋게 잠든다. 푸하하하하하.
덕분에 여자들이 많이 좋아하고, 남자들 또한 하는 사람이 점점 늘고있는 네일아트도 관심이 거의 없다.
그 거리에 있는 흔한 네일아트샵 한번 가보지 않았다.

손톱에 예민한 것 때문에 내가 아닌 타인을 만날 때도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손톱이다.
첫인상이 다름아닌 손톱에서 많이 좌우되는 편이다.
아무리 잘생기고, 멋있어도, 손톱이 길면 뭔가.. 안좋은 버릇이지만 뭔가 그 사람에 대해
약간은 좋은 첫인상을 가지지 못한다. 물론 남자에 한해서.

아, 그나마 웃긴건 여름에는 스트랩 힐을 많이 신다 보니 발에는 메니큐어를 칠한다.
하하하하.
예전에는 같이 살았던 언니가 메니큐어를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고, 네일에 관심이 많아서
하루는 내 손톱에 메니큐어를 칠해준 적이 있다.
그렇게 누군가가 내게 적극적으로 칠해주지 않는 이상은 내 손톱에 메니큐어를 칠하는 일은 없었다.

아마 앞으로도 내가 손톱이 길 날은 없을 것 같다.


-Hee


어느 겨울날. 역을 향해 가는 버스 안.


남자 학생과 여자 학생이 나란히 앉아 있다.


남자학생 (밝게 웃어 보이며) “오늘은 손톱깍기를 가져왔어 잘했지?”


여자학생 (의아한 표정으로) “손톱깍기는 왜?”


남자학생 (으쓱한 표정으로) “너 손톱 자꾸 갈라지잖아. 다듬으려구 으흐흐”


여자학생 (곤란한 표정으로) “아, 뭐야. 바보같아. 집에 가서 내가 하면 되는데”


남자학생 (다정한 표정으로) “매번 갈라지잖아. 자 봐보라구. 손톱깍기에 이 부분 있지? 손톱을


깍더라도 이 부분으로 마무리를 해줘야 손톱이 갈라지지 않는다구. 손 이리 내봐”


여자학생 (마지못해하며 손을 내민다)


여자학생 “으악, 이거 은근히 무서워!” (말하고 웃는다)


남자학생 (손톱을 다듬으며 장난치는 아이처럼 웃는다) “으하하”


여자학생 “으… 무서워! 느낌이 이상해.” (울상이 된다)


남자학생 “걱정 마시라구! 거의 다 했다” (밝은 표정으로)


남자학생 “자! 다했다. 봐봐!”


여자학생 “깍는건 매번 하는데, 이렇게 다듬는 일 까지는 안해봤는데..”


여자학생 (부끄러운 표정으로) “고마워요“


남자학생 “다 왔다! 소시지랑 닭꼬치 사먹고 가자. 으흐흐”


여자학생 “그럴까, 으흐흐”


남자학생 “응. 오늘도 집에까지 바래다 줄게”


남자학생이 여자학생의 손을 잡고 버스에서 내린다.


-Cheol


손톱으로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소리가 나는 촉감이 좋았다. 손톱으로 무언가를 긁거나 두들기는 것은 손바닥이나 손가락의 감각과는 달랐다. 손톱은 따뜻함이나 차가움에는 무디지만 표면의 질감을 소리와 함께 느낄 수 있다. 나는 손톱이 가지는 얕은 울림에서는 안정감을 느꼈다.



“손톱 신기하게 생겼어. 못생겼는데 묘하게 손이랑 어울린다.”


테이블 위에서 놀고있던 내 손을 보며 그녀가 말했다.



나는 손을 펴서 손톱을 보았다. 둥글 넙적한 손톱. 손이 큰 편이기도 하지만, 피아노 연주를 위해 바투 깎은 탓에 손톱은 더 작아 보인다. 손톱은 내 일부이면서 내 것이 아니었다. 줄곧 그렇게 생각해왔다. 내 의지와는 다르게 자라나고 부러지고 여기저기 상처를 냈지만, 나는 그를 물어뜯거나 하지는 않았다. 제각각 다른 생김이라 잘라주는 것 말고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못생겨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 자리에 그대로 두는 것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난 내 손톱 좋아. 나름 매력있어.”



나는 내 손톱의 촉감이 좋았다. 손끝으로 살짝 누르면 플라스틱 필름을 누르는 기분이었다. 손톱을 깎고나면 꾹꾹이를 하듯 손끝을 만지작거리곤 했다. 손톱의 모양에 대해 이야기하던 이들은 말랑한 내 손톱을 만져보며 매번 신기해했다. 그녀도 마찬가지겠지.


“자, 만져봐.”


“우와, 왜이래? 어디 아픈거 아니야?”


그녀는 자기 손톱과 비교해보며 한동안 만지작거렸다.



내 손톱의 연약함을 알게 된 계기는 벌칙으로 했던 딱밤 때리기었다. 신음소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딱밤을 잘 때리던 친구의 손톱은 하늘소의 등껍질처럼 가지런한 모양에다 호박을 박아놓은 듯 매끈했다. 이 아이의 손톱은 이렇게 생겼구나. 나는 꽤나 놀랐다. 무게감이 느껴지는 그의 손톱과는 다르게 유난히 말랑말랑한 내 손톱에서 이질감이 들었다. 나는 손톱이 얇고 단단하지 못해서 딱밤도 시원하게 때리지 못했다. 손해보는 기분이 들어 힘껏 손끝을 튕겨봤지만, 그럴수록 내 손이 더 아파와 딱밤은 포기했었다. 야생이었다면 손톱을 이용한 사냥은 무리였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로 한동안은 다른 사람의 손톱을 몰래 훔쳐보게 되었다. 다들 다른 모양의 손톱이었지만 공통점은 있었다. 빛을 비추면 나타나는 반듯한 무늬. 나뭇결과 비슷한 그 무늬는 누군가 정성들여 다듬어 놓은 것 같았고 못난이 내 손톱에서도 그런 정돈됨이 보여서 안심했다.



“너 단백질이 부족한거야.”


어릴 때에는 이게 좀 더 진화했단 증거라고 떠들어댔었다. 약해보이는게 부끄러운 마음에 그랬던 것 같다. 지금은 약해졌다기 보다는 유연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설프게 손을 놀리다가 손톱에 베이는 일이 많았고, 그럴때면 여전히 날카로움이 살아있음을 느꼈다. 손톱보다는 혀로 상처주는 일이 많은 세상이 되었고, 손톱은 민감한 손끝을 보호하며 치장되어진다. 반짝거리는 그녀의 손톱에 눈이 머무른다.



그녀는 영양이 필요하다며 내 손톱에다 이것저것 발라주었다.


손톱이 간질간질하다.


-Min


2014년 2월 16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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