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편 SF_ 미래의 인구 정책을 알려드립니다

소설

by mina

space_ 서울 노원구 공릉동 북카페 '지구불시착'



출처 : 뉴스투데이



2053년 4월 11일

머스크의 브레인 컴퓨터 인터페이스 뉴럴링크 프로젝트가 성공한 지 정확히 20년 만에, 그는 시간공간을 초월하는 홀로그램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이미 일흔이 넘은 나이였지만, BCI 덕분에 그의 뇌는 청년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뇌세포의 숫자나 주름의 개수는 말할 것도 없이 그의 뇌는 번뜩였다. 인간의 뇌로 풀 수 없었던 시공간의 비밀 역시 인공지능과의 대담을 통해 풀려나갔다. 공식적인 인터뷰에서 그는 인공지능이 어떤 말을 했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관계자는 인공지능이 한 마지막 말을 이렇게 전했다.

이번 실험의 성공으로, 인간들은 지금 보다 훨씬 더 오래 살 수 있을 거야. 어쩌면 영원히 살 수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들은 결코 더 행복해지지는 않을 거야.



제노는 검색창을 닫았다. 눈을 두 번 깜박이는 것만으로 모니터가 꺼졌다. 이미 컴퓨터는 사람과 IOT 신경망으로 연결되어, 그가 바라는 것을 즉시 행한다. 이미 모든 건물의 ‘스위치’는 없어진 지 오래다. 뇌와 연결된 무선 신경망만으로 모든 것이 컨트롤되는 세상이다. 뇌에 심어진 뉴럴링크는 낮동안 잠시 마주하는 태양빛만으로도 일주일간 사용할 에너지를 충전했다. 사실상 태양이 이 우주에서 사라지기 전까지 꺼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기계들이 인간의 마음을 온전히 읽어낸다는 것은 대체적으로 편리했지만, 한 두 가지 곤혹스러운 점도 함께 존재했다. 낮과 밤이 있듯 우주 만물에는 장점과 단점이 함께 붙어 다니는 법이다.

신경망은 5초 정도 나의 생각을 읽고 경험적으로 축적된 나의 행동 패턴을 빅데이터로 인식하고 있다가 내가 할 행동을 미리 예측했다. 80퍼센트는 나의 마음과 일치했지만, 예외적인 경우도 있었다.

지난 주말에도 마찬가지였다. 주말마다 들리곤 하는 지구 불씨착 빈티지 카페에서 매력적인 여성을 발견한 그는 여성에게 말을 걸어 볼 참이었다. 지구 불시착은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곳이었는데 취향이 비슷한 이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제노는 여성의 근황과 취향을 먼저 묻고 다음 주에는 함께 에너지 드링크 바에 가서 데이트를 가자고 해볼 생각으로 그녀에게 다가가 용기를 내 말을 걸었다.


출처 : 네이버 지구불시착 업체등록사진


“안녕하세요? 이 카페는 자주 오세요?”

“음. 네 가게가 좀 오래되긴 했지만, 물건 하나하나 남은 손 때들이 정겨워서요.”

“맞아요. 요즘이야 건물 자체에 자동 기후 대비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만, 예전에는 비가 오면 물이 새서 이곳에 책들이 젖어버리고 했었다네요. 그래서 창틀옆에 보면 그때 생긴 빗자국들이 남아있어요.”

“어머 정말요? 책주인은 참 곤란했겠네요.”

“술을 마실 줄 모르는 주인은 술을 팔고, 글을 읽지 못하는 손님이 책을 사러 와도 되는 그런 곳이었다고 하더라고요. "

"낭만이 넘치는 시대였군요."


그녀와는 얘기는 그럭저럭 잘 되고 있었다. 그녀 역시 제노에게 호감을 보이는 듯했다.

그래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다가 밖으로 같이 나가자고 해보자. 용기를 얻어 초기 연애 단계의 설렘과 자신감을 오랜만에 맛보려던 그때, 문밖에 드론 택시가 도착했다.


어? 갑자기 택시가 왜 왔지?

제노님이 요청하신 드론 택시입니다.


인공지능 컴퓨터는 가끔 이런 말썽을 피웠다. 순간순간의 감정으로 아까 잠시 혼자 한 생각

-그냥 집에 가서 쉴까?

를 자동으로 인식하여 택시 콜링 시스템이 작동한 모양이다.

이렇게 컴퓨터가 나의 마음을 지나치게 빨리 가늠하고, 판단해서 곤혹스러울 때가 종종 있었다. 특히 연애 초기에 수 십 번 생겨나는 번뇌와 감정들은 AI 기반의 빅데이터에게 대단한 혼란을 가져오는 모양이었다.


나는 문득 이럴 때는 생각을 판단하는 AI 대신, 나를 단지 관찰하고 지켜보며 응원해 줄 친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 리아는 나의 변명에 웃으며 괜찮다고 오해하지 않겠노라고 말했다. 배려심이 깊은 걸로 보아, 나이가 많은 것 같다. 어쩌면 상당히 오랜 세월을 살아왔는지도.


기술의 발달로 노화와 죽음의 공포를 극복한 인간 종에게 ‘나이’는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나이는 오직 새로운 ‘삶’ 그리고 ‘죽음’을 전제로 한 숫자다. 삶의 들숨과 죽음의 한숨이 교차하는 그 가운데에만 ‘나이’라는 절대 값이 존재했다.




지구는 적정한 인구를 유지해야 했기에, 중앙 정부는 죽음에 대한 선택도 새로운 삶에 대한 자유의지를 박탈했다. 죽음을 선택하는 것도 허락이 필요했다. 최소한의 인구가 있어야 지구가 유지되기 때문이었다. 치료제가 없는 신종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그의 신경을 잠시 마비시켜 삶과 죽음의 그 중간 어디쯤에 대기시키다가, 곧 인공지능을 통해 치료제를 개발했다.

새로운 생명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 역시 중앙 컨트롤 센터에 가서 신청서를 작성해야 했다. 신청에 대한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이틀 정도가 소요된다고 했다.


먼저 2세를 가지고 싶다고 신청한 사람의 유전자에서 읽히는 각종 요소들을 인공지능이 분석한다. 타고난 성정, 인격, 지구에 대한 공헌도 등의 전인적 요소뿐 아니라, 신체 능력, 질병 코드 등 유전적 형질의 신체 특징까지 모두 분석했다. 1단계가 통과되더라도 2단계에서 추후 범죄를 일으킬 요인은 없는지 까지 모두 살폈다. 조금이라도 문제의 여지가 있다면 절대 새로운 생명을 만들 수 없었다.


2053년의 지구는 단 한순간에 전 지구를 파괴할 강도 높은 전쟁 무기를 제작할 기술이 갖추어져 있었고, 모든 기록과 정보는 데이터 베이스화 되어 범죄에 노출되는 순간 걷잡을 수 없는 파괴력이 생길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지구는 더 이상 똑똑하거나 힘이 세거나 많은 능력을 갖춘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저 전 지구와 인류에 무해한 사람을 원했다.


리아와 다음 주에 에너지 바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핸들링 메시지에 불이 켜졌다. 오른손에는 사적인 인간의 대화가 왼쪽에는 공적인 메시지가 보내지는 시스템이다. 왼쪽 손바닥에 불이 켜지면서 중앙정부에서 보낸 메시지가 전송되어 있었다.


제노님, 이틀 전에 신청하신 유전자 검사를 통한 생명 신청 프로그램 결과를 알려드립니다.

결과 : 거부

사유: 건강이상 예측률 10%, 범죄발생 위험 예측률 30% 초과





keyword
작가의 이전글라홍방마라탕_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신체 기관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