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잡한 도심의 주택가 한가운데 위치한 서재 내부는 밖에서 보이는 것과는 달리 철저히 외부 소음과 차단되어 고요하기 까지했다. 서재에는 J와 같이 서재의 공간을 빌린 서너명의 사람들이 조용히 앉아 글을 쓰거나 일을 하고 있었다. 서로에게 무심한 친절이 마음에 들었다.
기다린 직사각형 모양의 서재는 작은 창과 하얀색 벽면이 적당히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네 벽 면 중 한쪽은 동서양의 고전에서 베스트셀러, 독립서적까지 다양한 책들로 뺴곡히 채워져있었다.
J는 공유서재라는 공간이 낯설었지만, 이 곳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꽤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 같았다.
특히 책의 목록들만으로도 이 공간을 꾸민 사람의 취향과 살아온 세월 그리고 현재의 관심사까지 유추할 수 있었다.
책으로 가득한 벽면의 가운데에는 이 곳을 다녀간 이들이 남기고 간 포스트잇 메모가 빼곡했다.
'우리동네에 이런 곳이 생기다니 반가워요.'
'독서모임과 글쓰기모임을 위한 최적의 장소에요.'
'인스타그램으로만 보다가 서울에 올 일이 생겨 대구에서 방문했습니다.'
...
각종 방문소감을 읽어내려가다 문득 한 메모지가 눈에 띄었다.
'만약 어제의 당신의 시간 중에 가장 후회되는 시점으로 돌아가고 싶다면,
책장 맨 위 목각 고양이 인형을 찾으세요.'
J는 고개를 돌려 책장의 가장 윗 칸을 올려다보았다. 그곳에는 정말 목각 고양이 인형이 있었다. J는 잠시 고민하다가 작은 의자를 밟아 올라가 조심스레 목각 인형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놀랍게도
덜컹- 소리가 나며
책장 사이의 포스트잇이 있는 공간의 벽면이 열리며 작은 철문이 나타났다.
J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다른 사람들을 살펴봤다
아무도 이 곳에 문이 열린 것을 모르는 듯 했다.
'내가 지금 헛것을 보고 있나? 아니면...나한테만 보이는 걸까?'
J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철문을 밀었지만 쉽게 열리지 않았다. 다시 힘주어 철문을 열자 철문이 열렸다. 문밖은 외부세계로 이어져있었다. 그녀가 문밖으로 나가자마자 서재로 이어지는 공간은 희미하게 사라졌다. 서재와 연결된 그곳은 바로 어제 J가 앉아있던 카페였다. 가장 후회되던 어제의 시간과 공간.그러니까 J는 어제 이 시간 이 공간에서 연인에게 막 이별을 말하려던 참이었다.
연애를 끝내고 싶다고, 이제 더이상 내가 너를 사랑하는지 혹은 네가 나를 사랑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고 말하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J는 어제와는 전혀 다른 고백을 이어나갔다.
그가 없는 하루는 너무나 길었고 견디기 힘들었노라고 고백했다.
나에게 지금 사랑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다른 이가 아닌 너와 함께 다시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싶다고 솔직한 마음을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