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났다가 다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이들을 위한 글시 돌아온 이들을 위한 글
출처 : 픽사베이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사람들을 위한 위로의 글
정확히 한 달 만에 돌아왔다.
떠났다가 돌아오는데 한 달의 시간이 걸렸다.
오랜 직장을 떠나 이직을 준비하기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아니 확신이 없었다.
나는 나의 일을 사랑하는데, 대체 왜? 왜 나는 떠나려고 하지?
스스로를 납득시키지 못한 채, 그렇게 이직을 준비하기 위해 일.단. 떠났다. 한달이 필요했다.
집을 떠났다는 것은 몸과 마음이 일상에서 멀어졌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그 자체로도 나를 흥분시켰다. 모르던 것들을 배우고 공부하는 일이 반복됐다. 일정이 끝난 늦은 밤이면 자유롭게 산책을 하고 찬바람과 별을 마주하는 한 밤의 여유를 즐겼다.
음악이 없어도 감상에 젖었고, 같이 걷는 이가 없어도 외롭지 않았다.
‘도전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에 스스로에 도취되었다.
낯선 경관에 설렜으며, 술이 없이도 취해있었다.
그렇게 한 달여간의 일정이 끝날 즈음,
나는 내가 전혀 원하지 않았던 멀고 낯선 지역에서 갑자기 근무하게 되었다.
하... 고작 이런 정도로 나는 나의 이직을 후회하는 구나.
간절히 원했던 게 아니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깨달았다.
마음이 온통 흙탕물처럼 각종 잔해물로 섞여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그래도 잘 할 수 있을거라고, 나는 어른이니 잘 견딜 수 있을거라고 대뇌였다. 스스로를 채근할 수 록 숨이 가빠졌다. 숨이 잘 안쉬어지는 증상이라는 게 이런거구나. 태어나서 처음 겪는 몸의 반응이었다. 표현예술치료를 전공하는 지인께서는 가만히 듣더니 내게 이런 말을 해주셨다.
“우리는 생각보다 쉽게 우리 자신을 속일 수 있어요. 머리로는 자신을 속일 수 있다는 말이에요. 그렇지만, 몸은 속일 수 없어요. 미나님의 몸은 지금 가장 적극적인 방식으로 저항하고 있는 거랍니다.”
그렇게 나는 출렁이는 마음의 동요를 가라앉히고, 다시 내가 있던 원형의 자리로 돌아왔다.
한 달 간 부푼 마음으로 그려낸 ‘미래’의 나는 희미하게 사라지고 있었다. 다시 오랜만에 급작스럽게 본연의 ‘나’를 만났다.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온 나를.
마음 속 부유물질들은 아주 천천히 조금씩 가라앉아 마음 어딘가 깊은 곳으로 다시 숨어드는 듯 했다. 마음 속 요동침이 서서히 잔잔해져가고 있다.
때론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떠밀리듯 흘러가는 시간을 만난다. 그렇게 나의 마음을 잘 알지 못한 채 유영하다가, 삶의 모서리에 부딪혀 아파하기도 하고 상처가 생기기도 한다.
나는 이제 동화 속에 등장하는 한 소년을 이해한다.
호기롭게 모험을 찾아 집을 떠나는 무모하고 맹랑한 소년이 다시 마을로 돌아왔을 때, 사람들이 그에게 손가락질 하지 않기를 바란다. 요란한 환대 대신 조용히 소년을 응원해주기를 바란다. 소년의 모험이 헛되지 않았다고, 그저 삶의 어떤 경험도 무가치 한 것은 없다고 응원해주기를 바란다.
소년아, 괜찮아.
아직 너의 삶은 길 단다. 그리고 세상을 보는 너의 눈이 조금 더 유연해 졌을거야.
다시 돌아온 네가 반갑고 대견하다. 오랜만이야. 반갑다 소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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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곡 : 제이래빗 growing every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