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수텝_ 두리안 밑에서 키스하지 마세요

에세이

by mina

space_치앙마이 도이수텝사원

https://goo.gl/maps/yHcWSib3KZDReX7b6



도이수텝에 오르면 숨이 차오르는 것과 함께 코를 찌르는 향이 난다. 열대과일의 황제라 불리는 두리안열매 향이다. 말레이어로 ‘뾰족’하다는 뜻을 가진 두리안은 겉과 속이 전혀 다른 모습을 지녔다.

인도네시아에는 두리안 밑에서는 연애도 하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도도한 여인 같은 두리안의 질투의 결과는 치명적이다. 두리안은 볼링공만큼 크고 뾰족해서 종종 떨어지는 두리안에 맞아 응급실에 실려 가거나 죽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두리안 아래에서 밀애를 나누는 연인이 있다면 나는 다급히 말리고 싶다.

"이봐요! 향도 향이지만, 머리에 떨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요?"




치앙마이 도이수텝 사 원 안에 있는 두리안 나무

사나운 육식동물인 사자나 호랑이 같은 맹수들이 유일하게 먹는 과일이 두리안이라는데, 이는 두리안이 만들어내는 특유의 냄새가 동물의 내장의 냄새와 비슷해서라는 설이 있다. 그래서인지, 가야금을 뜯으며 풍류를 즐기고 홍어에 반주를 즐기는 남도 여인 Y마저 두리안만큼은 도저히 못 먹겠다며 하수구 냄새, 시궁창 냄새가 난다고 두리안을 비하했다.


이는 두리안 홀릭으로서 매우 동의하기 어렵고 상당히 불쾌함을 밝히는 바이다.(나를 포함한 ‘두리안 홀릭’들에게 두리안은 한없이 향기롭다.)


독특한 냄새를 극복했다 하더라도 손을 대면 큰 상처가 날 것 같은 뾰족하고 두꺼운 껍질은(과거 어느 원시 부족 사회에서는 분명히 무기로도 사용했을 거라고 상상한다.) 그 어떤 누구의 침입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가정에서 두꺼운 껍질을 깨기 어려워 시장에서 도끼에 가까운 두꺼운 칼을 사용해야만 드디어 속내를 볼 수 있다. 그런데 막상 그 속을 열어보면 껍질과는 달리 크리미 하고 숨이 헉 막히게 부드럽다.






과일종류가 다양하고 저렴하기로 유명한 베트남에서 조차 두리안은 귀한 대접받는 과일이고, 가격이 비싼 편이라서 쉽게 손이 가지 않기 때문에 나는 월급날을 기다리다가 한 번씩 나에게 주는 선물로 먹곤 했다. 두리안 데이(=월급날)에 정신없이 두리안을 먹어대고 있는 나에게 도대체 두리안은 어떤 맛이냐고 간혹 코를 막고 물어보는 친구들은 나의 말문을 막는다. 너~무 맛있는데 어떻게 도저히 말로 설명할 길이 없다고나 할까?


그도 그럴 것이 두리안과 대체되는 비슷한 과일이 없으니, 그 존재감이 가히 독보적이다. 남도 여인은 ‘잭 프룻(껍질이 두리안과 비슷한 외관을 지녔고 노란 열매를 지닌 열대과일)’ 역시 두리안과 비슷한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역시 코를 막고 말했지만, 맛도 가격도 전혀 다르다.


두리안의 맛을 굳이 표현하자면, 아이스크림을 천연과일로 먹는 느낌 정도가 적당하겠다. (두리안을 몇 시간 얼린 뒤 살짝 녹여서 먹으면 영락없는 아이스크림이다.) 두리안 데이에 구매한 두리안들은 며칠 동안 냉장고 얼려 두고 먹었는데, 다 먹은 후에도 며칠간 두리안 냄새가 없어지질 않으니, 동남아 고급 호텔이나 관광버스 안에 ‘실내에서 두리안을 먹지 마세요’라는 금지 문구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비싸고 귀한 만큼 태국에서는 두리안 사주는 남자와 결혼하라는 말이 있다는데, 이렇게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과일이 두리안 말고 또 있을까?


화려하고 강한 풍미의 열대과일 속에서도 두리안은 겉모습도 향기도 독보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두리안은 내게 속삭인다. 치명적인 매력을 지녔지만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여인의 목소리로.


나는 쉽게 가질 수 없어요. 당신은 나의 향을 음미하고 견뎌낼 수 있나요?
그렇다면 나를 가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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