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환급의 기술

엄마의 장바구니, 그리고 내 생활비

by 서가

가장 처음 디지털 온누리상품권을 알게 된 건,
엄마가 보낸 카톡 사진 때문이었다.


"이거 뭐니. 전통시장에서 이걸 받는다고 하네."
사진 속엔 색이 바랜 종이 지폐 같은 것이 몇 장,
투박한 글씨로 ‘온누리상품권’이라 적혀 있었다.


그때 나는 회사 인턴이었고,
퇴근 시간마다 혼자 편의점 삼각김밥을 사 먹었다.


식비를 아끼자니 배가 고팠고,
배를 채우자니 통장이 비어갔다.

엄마는 시장을 돌았다.


정육점에선 돼지고기 앞다리를 2천 원 깎아줬고,
반찬가게 아줌마는 소고기장조림을 500g에 담아줬다.

“할인받아서 쓰는 거라 그런지, 왠지 더 미안해지더라.”
엄마는 그렇게 말했지만,
장바구니를 열어보면 언제나 그 안엔
오이, 애호박, 달걀, 그리고 손편지처럼 반짝이는 뭔가가 있었다.


식탁이 달라졌다.
기억이 나는 건, 오징어무국의 국물 색이었다.
딱 밥 한 숟갈을 떠서 적시면
어릴 적 아파트 105동 베란다 냄새가 떠오르던 그 색.

나는 그때부터 온누리상품권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어디서 쓰는지,
지류형과 디지털형은 뭐가 다른지,
편의점에서도 되는 건지,
모바일로 결제하려면 무슨 앱을 깔아야 하는지.


지하철 안에서, 점심시간 자투리 시간마다
검색창에 자꾸 "온누리 민생쿠폰 우선 차감" 같은 말이 늘었다.

나도 썼다.
GS25에서 물티슈를 사고,
롯데온에서 김치찌개용 고기를 사고.
그저 몇천 원 절약하는 느낌이었지만,
그 몇천 원이 참 오래 남았다.

나중엔 환급도 받았다.
주 단위로 몇만 원을 쓰면 10%가 돌아오는 구조.
돈이 다시 돌아온다는 말이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우습게도, 나는
온누리상품권을 쓰는 일에 작은 성취감을 느꼈다.
할인받고, 환급받고,
그걸로 다시 버스를 타고, 작은 빵 하나를 사고.

어릴 땐 몰랐다.
엄마가 왜 시장에서, 그 줄을 서 가며 무를 샀는지.

지금은 안다.
그건 생필품을 넘은 기억이고,
소비를 가장한 돌봄이었다는 걸.


지금 나는
카카오페이 안에 저장된 잔액을 가끔 들여다본다.
어느 날은 천 원, 어느 날은 만 원.

그리고 그걸로 뭘 사면
엄마 생각이 난다.

그 손끝에서 출발한 작은 절약이
내 하루를 지탱해주던 시절이 있었단 걸,


이제야 조금은 알아버린
그런 여름 저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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