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최종제출'을 눌렀다

작은 버튼 하나가, 삶의 방향을 바꾸는 데 걸린 시간

by 서가

아파트 단지에서 풍겨오는 냄새는 늘 습기와 먼지, 그리고 고요였다.

그 고요 안에 어떤 사람은 삼십 평짜리 인생을 살아가고, 또 누군가는 스무 평의 희망을 꿈꾼다.


서른일곱.

가을이 깊어지던 어느 날이었다.


지인도 아니고, 가족도 아닌 사람이 보내온 링크 하나.

“이거 한 번 넣어봐. 행복주택이라고, 생각보다 괜찮아.”

그 한 문장이 그날 저녁 내 식탁 위를 차지했다.


된장찌개는 식어갔고, 나는 노트북을 열었다.

청약이라는 단어는 내게 낯설고,

‘무주택기간’이라는 숫자는 오히려 너무 익숙했다.


7년.


그 숫자가 내가 이 도시에서 얼마만큼 외롭게 살아왔는지를 대신 증명해주고 있었다.


행복주택 홈페이지를 열고, 정보들을 하나하나 읽어나갔다.

소득기준, 부채기준, 신청유형.

그리고 그 모든 조건들이 나를 간신히 통과시켜 주는 듯했다.

문제는 ‘최종제출’ 버튼이었다.

등기보다 먼저 누르지 말라는 말도 있고,

순서가 틀리면 심사 탈락이라는 소문도 떠돌았다.


스크린 안의 작은 회색 버튼.

‘최종제출’이라는 여섯 글자가

마치 내 인생 전체를 심사하는 것 같았다.

나는 버튼 앞에서 이틀을 머물렀다.

어디에도 확신은 없었고,

누구에게 묻자니 민망한 일 같았다.


세입자 인생은 늘 그런 식이다.

작은 클릭 하나도 조심스럽고,

하나의 신청서조차 운명처럼 느껴진다.


이틀째 되는 밤,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이 집이 생기면 뭐가 달라질까?”

침대도 없이 매트리스에 눕던 밤들,

누수 한 번에 일주일을 비닐로 덮고 지낸 그해 겨울.

보일러를 한 칸만 켜두고 이불 속에서 버텼던 1월.

그 모든 시간 위에 작은 기회 하나가 주어졌을 뿐인데,

나는 왜 이렇게 망설이고 있는 걸까.


결국, 나는 눌렀다.

'최종제출'

그 순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불빛 하나 깜빡이지 않았고,

축하 메시지도 없었다.

다만 화면 하단에

‘서류제출 완료’라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때서야 알았다.

이 버튼은 집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다시 희망을 요청하는 시작 버튼이라는 걸.

며칠 후,

우체국에서 등기 접수를 했다.

접수증을 손에 꼭 쥐고 나오는데,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기분.


행복은 언제나 거창한 이름으로 오지 않았다.

어쩌면 ‘금융정보 열람 동의’라는 문장 속에,

나는 작은 내일 하나를 숨겨 두었는지도 모른다.

그날 이후,

나는 여전히 같은 출근길을 걷고 있고,

편의점 도시락을 사 먹고 있으며,

계단 옆 창가에서 고개를 빼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하지만 가끔은 그런 생각도 든다.

어쩌면 그 버튼 하나가

나를 다른 계절로 옮겨놓았을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 내게 물어온다면

나는 아주 작게, 그러나 단호하게 대답할 것이다.


“응,

그거 먼저 눌러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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