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팔지 않지만, 모두가 들여다보는 공간

처음이라면 더 신중하게

by 서가

부동산 중개를 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할 생각은 없다.

그저 사람들이 상가를 직접 올리고, 서로 연락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광고도 없고, 돈도 안 받고, 책임질 일도 없다.

그냥 게시판 하나 열어두는 것뿐인데—왜 이렇게 준비할 게 많은 걸까.


처음에는 ‘내가 뭘 파는 것도 아닌데’라는 생각이 앞섰다.


근데 가만 보면, 내가 팔고 있지 않다고 해서

세상도 그걸 가만히 두는 건 아니라는 걸 느꼈다.


사이트를 열어두는 순간,

사람들이 꾸준히 드나들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매물이 쌓였다.

그러다 보니 문득 겁이 났다.

혹시 이게 ‘사업’처럼 보일까 봐.

세금 신고는 안 해도 될까?

사업자등록은 꼭 필요한 걸까?

통신판매업은 내가 파는 것도 아닌데 해당되나?

하나씩 따져보면,

돈을 벌지 않더라도 계속 사이트를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어떤 기준에서는 ‘사업 활동’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말이 마음에 걸린다.


그리고 통신판매업이 아니라 통신판매 중개업이 될 수도 있다는 말도.

중개 책임은 없지만, 분쟁이 생겼을 때 이용자가 나를 찾는 건 막을 수 없으니까.


그래서 요즘은 수익이 없더라도

통신판매중개업 신고를 해두는 게 낫다고 조언하는 사람도 많다.


게다가 신고보다 더 중요한 건 따로 있다.

개인정보 처리방침.

면책 약관.

이 두 개는 돈을 벌든 안 벌든,

당장 신고를 하든 안 하든,

사이트를 열어두는 이상 무조건 갖추고 있어야 할 기본이라고 했다.


단순한 게시판.

그 안에서 일어나는 건 전부 이용자들 몫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세상은 단순하지 않았다.


그러니 처음부터

조금 귀찮더라도 미리 챙겨두는 게

오래가는 공간을 만드는 데는 오히려 수월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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