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벨라시타의 어느 여름 저녁
그날도 어김없이 무더운 여름이었다.
그렇게 더운 날이면 나는 ‘덜 후회할 선택’을 고민하게 된다.
무엇을 먹어야 후회하지 않을까.
어디쯤에서 하루를 잠시 눌러 쉬어갈 수 있을까.
그런 마음으로
나는 백석역 벨라시타 안으로 들어섰다.
쇼핑몰이라는 공간은
언제나 외부보다 약간은 더 시원하고,
약간은 더 무심하다.
그래서 좋았다.
나는 오랫동안 치킨을 좋아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치킨을 ‘국민 간식’이라 부르지만,
나에겐 늘 기름지고 번잡한 무언가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벨라시타 푸라닭 매장은
그 인상을 약간 비틀었다.
조용했다.
깨끗했다.
포장을 준비 중인 직원의 손이 분주하면서도 조용히 흘렀다.
치킨이 튀겨지는 소리마저 절제된 리듬처럼 들렸다.
나는 순살 투움바와 블랙알리오를 반반으로 골랐다.
“포장이시죠? 지금 바로 들어갑니다.”
직원의 말은 짧고 분명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잠시 카운터 옆의 벤치에 앉아 치킨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앉아 있는 동안
곁눈질로 매장 안을 살폈다.
테이블마다 웃음이 피어 있었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 다른 이유로
치킨을 마주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는 건,
나도 어쩌면 이제는
치킨을 좋아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는 뜻일 것이다.
포장 상자는 생각보다 따뜻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가벼웠다.
귀가해서 상자를 열었을 때,
나는 ‘음식이 아름다울 수 있다면 이런 모양이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투움바는 진한 크림빛 소스를 입고 있었고,
떡이 그 속에 조용히 숨어 있었다.
블랙알리오는 검은색과 황금빛이 교차하는 풍경이었다.
마늘칩이 그 위에,
마치 태양 아래 놓인 조약돌처럼
올려져 있었다.
맛은, 한마디로 정직했다.
투움바는 꾸덕했고,
입안에선 부드러웠다.
떡은 놀라울 만큼 쫄깃했고,
소스는 짠맛과 단맛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갔다.
블랙알리오는 기대 이상이었다.
마늘칩은 바삭했고,
고소함은 뒷맛에 오래 남았다.
입안에 맴도는 마늘 향이
유난히도 여운이 길었다.
나는 문득,
이런 맛을 혼자 먹기엔 아깝다고 생각했다.
식사가 끝난 후,
포장 상자를 접어 쓰레기통에 넣는 순간까지
손끝에 그 따뜻함이 남아 있었다.
치킨이란 건 결국,
뜨거운 순간을 품은 음식이다.
그날 벨라시타에서 사온 한 상자의 투움바는
단순한 포장 음식이 아니었다.
그건 어떤 여름 저녁의
구체적인 온도이자
기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