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이 나를 둘러싸기 시작한 순간

씨지비

by 서가

영화관에 들어서면 나는 늘 한 박자 늦는다.

사람들은 빠르게 자리로 향하고,

나는 잠시 서서 그 공간의 구조를 눈으로 훑는다.

어디에 앉을 것인가.

그건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다.


스크린X는 조금 특별했다.

처음 그곳에 들어섰을 때,

정면만 바라보던 오래된 관람 습관이

조금씩 균열이 갔다.


화면이 옆으로, 위로 확장되자

내 눈도 어쩔 수 없이 좌우를 탐색했고

고개는 자꾸만 돌아갔다.

중앙을 향해 앉아 있으면서도

내가 어딘가에 ‘둘러싸여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감각은 낯설고 묘했다.


영화라는 건 늘 정면에서 마주하는 줄만 알았다.

마치 무대처럼,

혹은 창밖을 바라보듯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었는데

이 구조 안에선 내가 무대의 안쪽으로 들어온 것 같았다.

스크린은 벽이 아니라 풍경이 되었고,

나는 조금은 능동적인 감상자가 되었다.


그날 본 영화가 무엇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화면이 내 주변에서 속삭이듯 움직였고

그 안에 있으면서도 이상하게 조용해졌던 기분만 또렷하다.


그 경험 이후,

나는 자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자세라는 건

그저 편한 등받이나 다리 뻗는 공간만이 아니었다.

어떤 방향에서, 어떤 거리로 세상을 마주하고 싶은가.

그 물음이 자리 선택에 녹아 있다는 걸,

처음으로 느꼈던 것 같다.


스크린X는

나를 중심에 놓고

이야기를 퍼뜨리는 방식,

세상이 방향을 달리해 말을 거는 구조다.


물론 모든 영화가 이런 방식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어떤 이야기는 정면에서 조용히 들여다보는 게 좋고,

어떤 이야기는 거리를 두고 반사되듯 바라보는 게 맞다.


하지만 가끔,

영화 속 풍경이 정말로 나를 감싸길 원할 때가 있다.

그 안에 들어가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스크린이 사방에서 열리는 그 상영관이 떠오른다.

정면만 바라보던 시선을

조금씩 열게 만들었던 그 구조.


그곳에서 나는,

이야기 속에 ‘머무른다’는 기분을

처음 알게 됐다.






사진 출처 : CGV 용산 스크린엑스관 좌석 추천! 최고의 명당 자리 완벽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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