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된 것 앞에서

끝이 있다는 말

by 서가

"오늘은 25인 한정입니다."


입간판에 붙은 네모난 종이 한 장.

검은 펜으로 눌러 쓴 저 문장이

어떤 이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사람은 참 묘하다.

원래는 생각도 없던 음식인데

‘오늘 아니면 못 먹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으면

마음 한쪽이 요동친다.


딱히 특별해 보이지 않아도

한정이라는 단어 하나로

그 메뉴엔 이상한 빛이 입혀진다.


누군가는 무심하게 지나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앞에서 망설인다.


사라질 수도 있다는 예감은

언제나 선택을 부추긴다.

기회가 항상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우리는 어딘가에서 이미 배웠기 때문이다.


줄이 생긴다.

사람들은 마치 제비뽑기라도 하듯

조심스레 메뉴를 고른다.

누군가 먼저 고르고, 누군가는 그걸 지켜본다.

"몇 개 남았을까요?" 묻는 이에게

"세 분 더 가능하세요"라고 대답이 돌아오면

그 자리엔 희비가 교차한다.


나는 그 광경을 지켜보다,

조용히 자리를 잡는다.


무언가를 얻었다는 기분도,

놓치지 않았다는 안도도,

다 거기서 비롯된 감정이다.


그 음식이 대단한 건 아니다.

진짜 특별한 건

그걸 둘러싼 시간의 유통기한이다.

끝이 있다는 말이 만들어내는 긴장감.

그게 사람을 움직인다.


내 앞에 음식이 놓인다.

반찬이 몇 가지, 따뜻한 국물,

그리고 그 ‘한정’이라는 이름의 메인 접시.


이 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반쯤 먹고 나면 그런 생각도 잦아든다.

그래, 그냥 밥 한 끼다.

하지만 오늘은, 이 밥 한 끼에

작은 이야기가 생겼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매일같이 ‘항상 있지는 않은 것들’을 마주한다.


좋아하는 계절도,

자주 보던 얼굴도,

즐겨 듣던 음악도

언젠가는 익숙하지 않은 것이 된다.


그러니까 누군가는

"25인 한정입니다"라는 문장을

그저 이벤트 문구가 아니라

작은 신호처럼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아니면

다시 못 볼지도 모른다는 불안,

그걸 가볍게라도 안고 살아가는 존재.


그게 인간이다.


그러니 오늘 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 건,

배고픔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무언가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

그게 내게도 있었던 것이다.


끝이 있다는 말은,

때로 시작보다 강한 힘을 가진다.





사진출처 : 일산 벨라시타 봄이보리밥, 육회보리밥 한정판 먹어본 솔직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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