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러스가 식기 전에, 우리가 식어버린다면

조리대 너머로 보이는 것들

by 서가

고양 스타필드 지하 1층.

푸드코트로 이어지는 길목 끝자락, 파란 간판 아래 사람들이 서 있었다.

뭔가를 기다리는 얼굴들이었지만, 그 표정이 꼭 기대만은 아닌 것 같았다.


줄은 짧았고, 주문은 느렸으며, 주방은 다급했다.

내가 서 있던 자리는 조리대와 그리 멀지 않았다.

무언가를 굽고, 식히고, 다시 데우는 과정을 다 보게 되는 구조였다.


진열장 안엔 츄러스 몇 줄이 나란히 놓여 있었고

뒤편에선 아이스크림 기계가 낮게 웅웅거렸다.


‘츄플러스’

이름처럼 달콤한 이미지를 기대했지만

현장은 딱히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

테이블은 좁았고

주문이 밀릴수록 직원의 동작도 거칠어졌다.

계산대 옆에서 조리까지 함께 이뤄지니

한쪽이 복잡해지면 나머지 공간도 순식간에 흐트러졌다.


메뉴는 단출했다.

기본 츄러스, 초코, 옥수수.

그리고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얹은 세트.

우리는 아이스크림 세트를 골랐다.

조금 더 더운 날이었다면 망설임 없이 고를 조합이었다.


종이컵에 츄러스를 끼우고,

그 사이로 아이스크림을 채운다.

겉은 따뜻하고 안은 차가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그렇게 맛은, 분명히 괜찮았다.

아이스크림은 상하목장이라 그런지 고소했고

츄러스도 눅눅하지 않게 데워졌다.

그런데도 이 가게는 오래 기억되지 않을 것 같았다.


왜일까.

맛 때문은 아니다.

너무 많은 것을 한 사람이 감당하고 있었고

너무 적은 것이 위생에 투자되고 있었다.


기계는 멈췄다 다시 움직였고

그사이 손님은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는 사람들의 시선은 조리대를 향했고

조리대는 그 시선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었다.


‘글루텐프리’라는 말이

맛에 대한 기대치보다

위생에 대한 불안감을 먼저 자극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 날, 나는 츄러스를 먹었다.

하지만 츄러스의 맛보다

그곳의 구조, 움직임, 공기, 눈빛,

그 모든 것이 더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사람이 음식을 기억하는 방식이란

꼭 맛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그날 다시 한번 느꼈다.

아마도, 당분간은 다시 찾지 않을 것이다.


츄러스가 식기도 전에,

이미 내가 먼저 식어버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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