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랜만에 브런치를 켜서 글을 쓰는 오늘은 씨리얼 데이이다. 씨리얼 데이는 격주 화요일마다 찾아오는 날이다. 내가 씨리얼에 참여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된 이유는, 그래도 같이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글을 쓰는 날이 있다면 이 공간에 내 이야기를 잘 채울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최근에는 코로나에 걸리기도 했고, 업무 스트레스, 퇴사 준비로 인해 오랜 기간 글을 쓰지 못하였지만, 여전히 내가 씨리얼에 남아 있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나를 최소한으로 오픈할 수 있는 공간에서 내 이야기를 적는 것을 좋아한다. 그 이유는, 내가 내향형 인간이기 때문이다. 낯선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거나, 다가가는 경우가 드물다. 간혹, 용기를 내서 말을 거는 경우가 있긴 한데, 그건 내가 노력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엄청난 용기를 가지고 하는 것이랄까. 특히, 나는 내 스스로가 느끼기에 '이 사람은 정말 믿을만하다.', '이 사람에게는 내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이상, 속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때문에 이렇게 내 이야기를 적을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사랑한다.
나는 직무가 직무인 만큼, 무겁고, 딱딱한 글을 많이 쓴다. 하지만, 씨리얼에서는 회사에서처럼 심도 깊은 글을 쓰지 않아도 된다. 이 시간만큼은 내가 쓰고 싶은 주제의 글을 가벼운 마음으로 쓸 수 있다. 그래서일까? 가끔은 글을 짧게도 썼다가, 길게도 썼다가 한다. 지금까지 내가 썼던 글들을 보면, 글의 길이가 제각각이다. 물론, 너무 짧은 글은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긴 하지만, 몸과 마음이 지친 경우에는 자연스레 글의 길이가 짧아지는 것만 같다. 하지만, 그마저도 좋다. 왜냐하면, 예전에 썼던 글들을 보면, 그때의 몸과 마음이 어땠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짧은 글을 보면, '그때의 나는 피곤했던 모양이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것처럼 말이다.
무엇보다 내가 씨리얼에 남아 글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오늘은 글을 썼다'하는 그 뿌듯함 때문이랄까. 아무도 봐 주지 않는 글이어도 좋다. 늘 오늘은 글을 써야지, 내일은 꼭 써야지 하고 마음만 먹던 나였는데, 이렇게 씨리얼 데이에 짧게나마 글을 쓰고 나면 '오늘은 글을 드디어 썼다'가 되어 버리니까 그 나름의 뿌듯함이 존재한다. 최근에는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쳐 씨리얼 데이도 챙기지 못하고 넘어 가기 일쑤였는데, 이 글을 시작으로 격주마다 짧게나마 다시 글을 써보려고 한다. 처음 씨리얼에 들어와 글을 썼을 때의 뿌듯함을 잊지 않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