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022년을 떠나보내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부랴부랴 올 한 해를 되돌아보는 듯한 느낌도 없지 않지만, 회고가 늦어진 데에는 올해가 내게는 너무 무거웠기 때문이다. 어깨에 짐을 한가득 얹어 놓은 듯한 이 무거움은 사실 작년부터 이어져왔다. 그렇게 하나, 둘 차곡차곡 쌓였던 것들이 올해 폭탄처럼 터져버렸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유난히 아팠다. 한 해동안 가장 많이 들은 말을 꼽으라면, "어디 아파요?"일 정도다. 처음에는 아픈 것에 대해 크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 같다. 늘 그랬던 것처럼 '병원 가서 약 처방받으면 나아지겠지.'라고 여겼다. 물론, 그게 효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나아지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금세 또 아파왔다. 상태가 크게 나아지지 않으니 답답한 마음에 짜증만 늘어갔던 것 같다.
어떻게든 원인을 찾고 해결하고 싶었다. 그러다 명상과 요가를 하게 되면서 조금씩 내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내가 굉장한 부담감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됐다. 아마 그 부담감의 씨앗이 작년부터 커졌던 것 같다. 회사에서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여러 변화를 겪으면서 '내가 잘 해내야만 한다.'와 같은 생각들이 마음 깊숙한 곳에 심어져 있었다. 그래서 쉬는 날도 쉬는 날 같지 않게 보냈다. 오로지 쉼에 집중했었어야 하는데, 그때도 오만가지 생각을 다했다. 지금 다시 돌이켜보면 제대로 쉼에 집중한 날이 손에 꼽을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흘러가다 보니 몸도, 마음도 지쳐 내려놓고 싶어졌다. 결국 긴 고민 끝에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 사실, 퇴사를 할 때까지도 조금 걱정스러웠다. 왜냐하면, 나는 소속이 없다는 거에 굉장한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이란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회사를 그만두고 한 두 달은 외주를 엄청 많이 받아서 했다. 그러니 몸에서 또 '제발 부탁인데, 너 좀 쉬어!'라는 듯이 신호를 보내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한동안은 외주도 받지 않고 그림도 그리고, 명상도 하고, 요가도 하면서 지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았다. 무언가 바쁘게 일을 해야만 할 것 같았다. 근데 시간이 점차 흐르니까 그마저도 제법 편안해졌다. 덕분에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 것만 같은 느낌이다. 무언가 앞으로 해나갈 힘도 다시금 생겨났다. 이제는 다시 하고 싶은 게 참 많은 나로 다시 돌아왔다.
물론, 예전의 나로 다시 돌아왔다고 해서 다시 무리해서 무언가를 할 생각은 없다. 이제는 그저 나를 지키는 선 안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해볼 생각이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은 많으니 나를 지키면서, 나만의 속도에 맞춰 한 걸음씩 걸어 나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