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주스가 흐르는 강
"심온아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사과마을로 가자."
심온이는 초롱이의 말에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아까의 무서웠던 일은 이미 잊은 듯, 새로운 모험을 향한 설렘으로 가득 찬 눈빛이었답니다. 초롱이의 작은 손을 잡고 사과마을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초롱이는 심온이 걱정된다는 듯 심온이의 어깨 옆에서 초록빛 날개를 빛내며 바짝 붙어서 날고 있었어요.
길을 걸어가는 동안 양쪽으로 온갖 과일나무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어요. 빨간 앵두가 구슬처럼 빛나는 나무, 보랏빛 자두가 탐스럽게 달린 나무, 새까만 머루가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매달린 나무도 있었답니다.
노란 살구가 해님처럼 빛나고, 커다란 파인애플은 마치 왕관처럼 우아한 모습이었어요. 달콤한 향기를 풍기는 멜론은 동그란 달님처럼 매달려 있었지요. 심온이는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입이 떡 벌어졌답니다.
"와, 정말 멋져!"
심온이가 감탄했어요. 모든 과일들이 영롱하게 빛나며 마치 보석같이 아름다웠거든요.
"그렇지? 나는 과일나라를 너무나 사랑한단다. 하지만 사랑하는 만큼 소중하게 돌봐주어야 해."
갑자기 심온이의 작은 코끝이 살랑살랑 춤추기 시작했어요.
"어머나! 이 달콤한 향기는..." 눈을 동그랗게 뜬 심온이가 콧날을 살짝 들어 올리며 말했어요.
사과를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심온이는 그 향기만 맡아도 금방 알 수 있었거든요. 저 멀리 안갯속에서 아름다운 사과 마을이 모습을 드러냈어요. 그리고 그 앞으로는 초롱이가 이야기해 준 것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분홍빛 사과주스 강이 흐르고 있었답니다.
사과주스 강 너머로 펼쳐진 풍경은 마치 동화책에서 튀어나온 것 같았어요. 빨갛고 노란 사과들이 가득 매달린 나무들이 아름답게 줄지어 있었답니다. 나무들 사이사이로 아기자기한 집들이 보였는데, 모두 사과 모양으로 지어진 예쁜 집들이었어요.
집들의 지붕은 빨간 사과처럼 반짝반짝 빛났고, 창문은 초록 사과 잎사귀처럼 생겼답니다. 굴뚝에서는 달콤한 사과파이 향기가 피어올라 공중에서 춤추는 것처럼 보였어요.
집 앞마다 작은 정원이 있었는데, 그곳에서는 요정들이 사과나무를 정성스레 돌보고 있었지요.
마을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황금사과 모양의 건물이 우뚝 서 있었어요. 이곳이 바로 초롱이의 가족이 사는 과일나라 사과마을의 중심이었답니다. 건물 주변으로는 작은 요정들이 분주히 날아다니며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보였어요.
"자, 강을 건너자. 마을 요정들이 너를 위해 나뭇잎을 강물 위에 띄워 놓았어.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조심 건너야 해. 그리고 오늘은 특별한 날이야. 요정 왕님께서 허락하셔서 모든 요정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야."
사과마을의 입구에 들어서자 초롱이의 아빠가 제일 먼저 반갑게 맞이해 주었어요.
초롱이의 엄마도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심온이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어요. 초롱이의 엄마는 초롱이보다 연한 초록빛이 감도는 사과나무 날개를 가지고 있었는데, 마치 갓 피어난 사과꽃잎처럼 부드러운 빛깔이었죠.
은은한 사과향기가 나는 하늘하늘한 연두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그 모습은 봄날의 사과나무처럼 아름다웠답니다.
"네가 심온이구나. 아주머니도 심온이를 너무나 만나고 싶었단다. 어서 오렴."
그때 여러 요정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어요. 빨간 사과를 닮은 드레스를 입은 요정은 사과 모양의 작은 손거울을 들고 있었고, 황금빛 날개를 가진 요정은 윤기 나는 꿀사과를 들고 있었답니다.
"안녕, 심온아! 난 달콤이야. 우리 마을의 사과들을 달콤하게 만드는 일을 한단다." 하며 분홍빛 날개를 가진 요정이 방긋 웃으며 인사했어요.
"나는 향기야! 사과마다 특별한 향기를 불어넣어 주는 일을 하지." 보랏빛 날개를 가진 요정이 손을 흔들며 말했어요.
"그리고 난 빛나야. 사과가 예쁘게 빛나도록 매일 아침 이슬을 뿌려준단다." 하늘색 날개를 가진 요정이 작은 물뿌리개를 들고 다가왔어요.
요정들은 모두 각자의 개성 있는 날개와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마치 무지개가 모여든 것처럼 아름다웠답니다. 심온이는 이렇게 많은 요정들을 한꺼번에 만나게 되어 너무나 신이 났어요.
그때, 저 멀리서 무지갯빛으로 반짝이는 날개를 가진 요정 한 분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어요.
바로 과일나라의 무지개 요정 왕님이었답니다.
근엄한 표정을 지으려 하는데, 동그란 볼과 작은 코가 너무나 귀여워서 오히려 더 사랑스러워 보였지요.
왕관 대신 영롱한 사과꽃으로 만든 화관을 쓰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꽃구름 같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