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주스가 흐르는 강
아이고,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쌀쌀한 바깥과는 달리 동굴 안은 포근하고 따뜻했거든요. 처음에는 깜깜했던 동굴 속이 조금씩 밝아지더니, 동화책 속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답니다.
동굴 벽에는 영롱한 보석들이 박혀 있었는데, 마치 작은 별들이 반짝이는 것처럼 아름다웠어요. 보석들은 여러 가지 색으로 동굴 안을 은은하게 비춰주었지요. 심온이는 이 신비로운 광경에 넋을 잃고 한참을 바라보았어요.
동굴 안쪽에는 보물처럼 윤기 나는 밤송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어요. 심온이는 이것이 아마도 과일나라의 작은 다람쥐들과 귀여운 동물 친구들이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정성스레 모아둔 소중한 식량일 거라고 생각했답니다. 오랜 모험에 지친 심온이의 작은 배에서는 벌써 꼬르륵 소리가 나기 시작했어요.
달콤했던 과일나라의 수박과 딸기 맛이 아직도 입안에 남아있었지요. '아주 작은 밤 하나만 먹어도 될까?' 하고 심온이는 조심스레 생각했어요. '이미 따진 밤송이들이고, 이렇게 많이 있는데 한 개쯤이야...' 하며 마치 작은 생쥐처럼 살금살금 다가갔답니다.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심온이는 땅에 떨어진 작은 막대기를 주워 들었어요. 그리고는 껍질을 벗기기 위해 조심조심 밤송이를 살짝 쿡 찔러보았지요.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밤송이가 꿈틀꿈틀 움직이기 시작한 거예요!
"으악!" 심온이가 깜짝 놀라 뒤로 벌렁 넘어졌어요.
순식간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밤송이들이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어요. 마치 동그란 공들이 춤을 추는 것 같았지요.
그제야 심온이는 깜짝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답니다. 이것들은 단순한 밤송이가 아니었어요.
침략자가 나타나면 고슴도치로 변신하는 밤송이 요정들이었던 거예요!
고슴도치들이 서로 부딪히며 '차르르르~ 차르르르~' 방울 소리를 냈어요. 그 소리는 점점 커지더니 무서운 '으르렁~' 소리로 변했어요. 그러자 성난 요정들이 우리 심온이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답니다.
심온이는 마치 거북이처럼 조심조심 뒤로 물러났답니다.
그런데 갑자기 '퓩!' 하는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가시 하나가 나비처럼 날아와 심온이의 작은 팔에 꽂혔어요.
"앗, 따가워!" 심온이가 외쳤어요.
고슴도치들이 자기 몸에 달린 작은 화살 같은 가시들을 쏘아대기 시작한 거랍니다.
처음에는 하나 둘 날아오던 가시들이 어느새 새까만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마치 까만 별들이 비처럼 내리는 것 같았답니다.
우리 심온이는 발이 닳도록 동굴 밖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어요.
뒤돌아보니 고슴도치들이 아직도 가시 화살을 쏘아 대며 쫓아오고 있었어요. 심온이의 작은 심장은 쿵쿵거리며 빠르게 뛰었답니다. '이제는 정말 초롱이를 찾아야 해'라고 생각하며 심온이는 계속해서 달렸어요.
그때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심온아, 이리로 와!" 바로 초롱이였답니다.
캄캄한 동굴 속에서도 초롱이의 목소리를 따라 달리니 든든하기 그지없었어요. 밤송이들의 화살이 계속 날아왔지만, 이제 심온이는 무섭지 않았어요.
동굴 끝에서 초롱이의 초록빛 날개가 환하게 빛났어요.
"이쪽으로~"
부르는 초롱이의 작은 손짓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분주했지요. 초롱이의 표정은 겨울밤처럼 차갑고 심각해 보였지만, 너무나 반가웠던 심온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달려갔답니다.
드디어 동굴을 벗어났어요. 고슴도치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어요.
초롱이가 밤송이 요정들에 대해 설명해 주었어요.
"심온아, 우리 밤송이 요정들은 과일나라를 지키는 아주 소중한 친구들이야."
초롱이가 따뜻하게 웃으며 말했어요.
"얘들은 과일나라의 보물과 비밀을 지키는 특별한 일을 하고 있단다. 낮에는 귀여운 밤송이로 있다가, 밤이 되면 마법의 힘으로 고슴도치로 변해서 용감한 수호자가 되는 거야! 그래서 밤에는 더욱 조심스러워진단다."
"그래도 심온아, 네가 나쁜 마음으로 그런 게 아니라는 걸 나도 알아. 그저 궁금했던 거지?" 초롱이가 다정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어요. "다만 앞으로는 모르는 곳에서 아무거나 함부로 만지면 안 돼, 알았지? 여긴 과일나라라서 모든 게 마법으로 이루어져 있거든!"
심온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실수를 깊이 깨달았어요. 그리고 앞으로는 더욱 조심스럽게 행동하기로 다짐했답니다.
한편, 초롱이는 심온이가 과일나라를 헤매기 시작했을 때부터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찾아다녔답니다. 딸기밭에서 발견한 발자국과 수박 언덕에 남겨진 작은 흔적들을 따라 여기저기를 날아다녔어요.
초롱이는 과일나라의 모든 친구들에게 심온이의 행방을 물어보았답니다. 작은 다람쥐들과 나무 위의 새들에게도 물어보았지요. 마침내 한 작은 새가 동굴 쪽으로 들어가는 아이를 목격했다고 알려주었어요.
초롱이는 곧바로 동굴로 날아갔고, 밤송이 요정들의 화살 소리를 듣자마자 심온이가 위험에 처했다는 것을 직감했답니다. 다행히도 제때 도착해서 심온이를 구할 수 있었어요.
그날 이후로 초롱이는 심온이를 더욱 가까이서 지켜보기로 했답니다. 과일나라에는 아직도 많은 신비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