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동굴 속으로

오렌지주스가 흐르는 강

by 심온

심온이는 조심조심 바나나나무에서 내려왔어요.


나뭇가지를 한 발 한 발 밟으며 내려오는데, 마치 계단을 걸어 내려오는 것처럼 편했답니다.


이제 분홍빛 물줄기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초롱이의 경고가 다시 한번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지요.


'강과 강 사이에는 장난꾸러기 못된 요정들이 살고 있다.'


심온이는 주변을 경계하며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하게 발을 내디뎠답니다.


분홍빛 물줄기가 점점 더 가까워질수록 달콤한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혔어요.


"음... 딸기 향이구나!" 심온이는 속삭이듯 말했답니다.


정말이었어요.


그런데 딸기는 평소에 먹었던 그 모습이 아니었어요. 딸기들이 도토리처럼 나무에 매달려 있었고, 그 크기는 심온이의 얼굴만 했답니다. 가장 신기한 것은 딸기들이 마치 별처럼 빛나고 있다는 거예요. 달콤한 향기를 내뿜으며 빛나는 딸기들은 마치 크리스마스트리의 장식 볼처럼 아름다웠답니다.


심온이는 꿈나라에서 돌아온 뒤 꼬르륵 배고픈 소리가 났어요. 은은하게 빛나는 커다란 딸기가 마치 "나를 먹어봐!" 하고 속삭이는 것만 같았답니다.


사과 다음으로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 딸기였던 심온이는 그만 유혹에 빠지고 말았어요.


심온이는 조심스레 두 손으로 가장 예쁘게 빛나는 딸기를 따서 한입 베어 물었어요. 아하! 달콤한 향기가 입 안 가득 퍼졌어요. 딸기 한 개로 배가 부르니 정말 신기했어요.


심온이는 딸기를 따다가 딸기 옆에 달린 초록색 작은 잎사귀를 실수로 부러뜨리고 말았어요. '앗!' 하고 놀란 심온이는 그제야 자신이 한 실수를 깨달았답니다.


그 작은 잎사귀는 마치 별처럼 반짝이다가 이내 흐릿해져 버렸어요.


그때였어요. 어디선가 윙윙~ 하는 꿀벌 소리가 들려왔어요.


'혹시 초롱이?' 하고 심온이 두리번거리는 순간, 주변이 환하게 밝아지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밝은 빛이 하나, 둘, 셋... 점점 더 많아지더니 열 개도 넘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 빛들이 하나둘씩 요정으로 변하는데, 아쉽게도 초롱이는 보이지 않았답니다.


초롱이의 모습과 꼭 닮았지만, 모든 요정들은 끝이 뾰족한 막대기를 들고 심온이를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답니다.


심온이는 갑자기 너무 무서워졌어요.


"나는 사람이 정말 싫어! 우리가 30년 동안 정성껏 키워 온 마법의 딸기 잎사귀를 부러뜨렸잖아."


"그 잎사귀는 우리의 소중한 마법의 힘이 나오는 거란 말이야!" 다른 요정이 화가 난 목소리로 외쳤어요.


심온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정말 죄송해요. 실수였어요" 하고 말했지만, 요정들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어요. 요정들은 무서운 표정으로 막대기를 들이밀었고, 한 요정은 부러진 잎사귀를 보며 엉엉 울고 있었답니다.


심온이는 "미안해요..." 하며 살금살금 뒤로 걸음을 옮겼어요.


그때 심온이의 마음속에 초롱이의 얼굴이 떠올랐어요. '지금쯤 초롱이가 나를 찾아 헤매고 있겠지?'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심온이는 도망가기로 마음먹었어요. "정말정말 미안해요!" 하고 작은 목소리로 외치고는 후다닥 달아났답니다.


헉헉, 한참을 달린 심온이는 마치 작은 토끼처럼 가쁜 숨을 내쉬었어요. 윙윙거리는 요정들의 소리가 마치 멀리서 들리는 자장가처럼 점점 작아졌지만, 우리 심온이는 계속 달리고 달렸답니다.


그러다 앗! 앞에 마법의 가시덤불이 나타났어요. 가시마다 은빛으로 빛이 나는 바늘이 달려있었지요.


심온이는 '이제 여기에 숨어야겠다' 생각했어요. 조심조심 덤불 속으로 들어가는 동안 날카로운 가시가 심온이의 살갗을 살짝 긁었지만, 용감한 심온이는 꾹 참았답니다.


덤불 속에서 심온이는 숨을 고르며 쥐 죽은 듯이 조용히 있었어요. 하늘에는 회색 구름들이 이불처럼 덮여오기 시작했고, 우리 심온이는 마치 투명인간이 된 것처럼 쏙 숨어버렸답니다.


그때서야 가시덤불은 산딸기 나무라는 걸 알았어요.


산딸기 열매들은 보석처럼 빛났어요. 빨간색, 자주색, 보라색 열매들이 작은 등불처럼 은은히 빛을 내고 있었답니다. 어떤 열매는 아직 덜 익어서 연두색을 띠고 있었고, 완전히 익은 열매는 보석처럼 붉은빛을 내뿜었어요.


이 신비로운 산딸기는 평범한 산딸기와는 달랐어요. 각각의 열매마다 작은 별들이 반짝이는 것처럼 은은한 빛을 내고 있었거든요. 심온이는 이렇게 예쁜 산딸기는 처음 보았답니다.


하지만 아까처럼 맛있어 보이는 열매를 함부로 따먹을 수는 없었답니다. 혹시 또 다른 화난 요정들이 나타날까 봐 두근두근 걱정이 되었거든요. 심온은 이곳이 사과주스가 흐르는 강물과 색깔이 비슷한 딸기주스가 흐르는 강 근처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때 하늘을 보니 먹구름이 몽실몽실 피어올랐어요. 마치 회색 솜사탕처럼 부풀어 오르더니, 곧 비가 쏟아질 것만 같았지요. 정말로 똑똑똑,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했답니다.


다행히도 멀리 동그란 언덕이 보였는데, 그 아래에는 아늑해 보이는 작은 동굴이 있었어요. 동굴 앞에는 키가 훌쭉훌쭉 큰 밤나무 두 그루가 마치 파수꾼처럼 서 있었답니다.


우리 심온이는 후다닥 동굴을 향해 달려갔어요. 비에 흠뻑 젖기 전에 얼른 피해야 했거든요.


심온이는 땅에 떨어진 커다란 밤송이들을 쏙쏙 피하며 마치 작은 토끼처럼 폴짝폴짝 뛰어 동굴 속으로 들어갔답니다.

이전 06화분홍빛 강을 향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