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나라? 그게 어디에 있는데?" 심온이 궁금한 듯 물었어요.
"과일나라는 우리 요정들이 살고 있는 신비로운 마을이야." 초롱이가 설렘 가득한 목소리로 답했어요.
"과일나무마다 작은 요정들이 살고 있고, 무지갯빛 꽃들이 피어나는 아름다운 곳이란다. 지금 출발하면 달님이 뜨기 전에 돌아올 수 있을 거야."
"아, 맞아! 너는 우리 마을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겠구나." 초롱이가 설명을 이어갔어요.
"과일나라에는 세 개의 커다란 강이 흐르고 있어. 달콤한 사과주스가 흐르는 강, 상큼한 오렌지주스가 흐르는 강, 그리고 새콤달콤한 딸기주스가 흐르는 강이란다. 우리 요정들은 사과주스가 흐르는 강가에서 살고 있지. 포도주스가 흐르는 강, 키위주스가 흐르는 강도 있다고 들었는데, 아주 먼 곳에 있어서 가보지 못했어."
"하지만 조심해야 할 게 있어." 초롱이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어요.
"강과 강 사이에는 장난꾸러기 못된 요정들이 살고 있거든. 그 요정들은 지나가는 친구들을 홀려서 길을 잃게 만든단다. 그러니까 내 손을 꼭 잡고 절대로 놓으면 안 돼!"
"알겠어!" 심온이가 비장한 표정을 지었어요.
"그럼 따라와."
초롱이는 심온이의 손을 꼭 잡고 과수원 깊숙한 곳으로 걸어갔어요. 그러다 문득 발걸음을 멈추더니, 나뭇가지 사이로 밝게 빛나는 사과 하나를 가리켰답니다.
"저기 봐, 심온아. 저 사과가 우리를 부르고 있어." 초롱이가 속삭이듯 말했어요.
초롱이는 살짝 몸을 일으켜 손가락으로 그 사과를 톡 건드렸어요.
그러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답니다. 사과에서 빛이 퍼져나가더니, 갑자기 커다란 빛의 구멍이 생겼어요! 마치 달빛으로 만든 문처럼 환하게 빛나는 통로였답니다.
"자, 이제 준비됐니? 우리의 특별한 모험이 시작될 거야." 초롱이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어요.
초롱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빛나는 통로 속으로 슝~ 하고 사라졌어요. 심온이는 잠시 망설였지만, 초롱이와의 신비한 모험을 떠올리며 용기를 내어 조심스레 발을 내디뎠어요.
심온이는 빛의 동굴을 따라 끝없이 미끄러져 내려갔어요. 초롱이가 보이지 않아 걱정이 되던 찰나, 초롱이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아무것도 만지면 안 돼. 내가 건네주는 사과를 잡기 전에는……"
동굴 속에서 커다란 포도 알맹이들이 마치 구름처럼 둥둥 떠다녔어요. 보랏빛으로 빛나는 포도알들은 동굴의 천장과 바닥을 오가며 신비로운 춤을 추는 것 같았지요. 마치 별들이 흩뿌려진 밤하늘처럼, 포도알맹이들은 동굴 곳곳을 아름답게 수놓았답니다.
커다란 포도알 하나가 손에 닿을 듯 가까이 다가왔어요. 정말 맛있어 보였지만, 심온이는 초롱이의 말을 기억하고 꾹 참았지요. 대신 궁금한 눈으로 주변을 살펴보았답니다.
어느새 빛나던 포도알맹이들이 하나둘씩 빛을 잃어갔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포도 빛이 사라지자 이번에는 예쁜 딸기 모양의 빛들이 동굴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어요. 마치 붉은 별들처럼 딸기 빛들이 흩뿌려져 심온이의 길을 밝혀주었답니다.
이번에는 커다랗고 동그란 오렌지들이 둥실둥실 떠다니기 시작했어요. 마치 저녁노을처럼 아름다운 주황빛이 동굴을 가득 채웠지요.
하지만 심온이는 그만 초롱이의 주의를 잊어버리고 말았답니다. 오렌지를 무척 좋아하는 동생 생각이 났거든요. '동생에게 오렌지 하나만 가져다주면 얼마나 좋아할까?' 생각하다가 빛나는 오렌지 하나를 손으로 잡고 말았어요.
동굴 전체가 주황빛으로 물들더니 갑자기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어요. 심온이는 무서워서 눈을 꼭 감았답니다.
한참을 그렇게 돌다가 멈췄을 때, 주변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어요.
그때 갑자기 환한 빛이 비치더니 풍덩! 심온이는 강물 속으로 빠져버렸어요.
물속에서 허둥지둥하다가 물을 삼켰는데, 이게 웬일일까요? 달콤한 오렌지주스 맛이 났답니다.
다행히도 어릴 때부터 시냇물에서 놀기를 좋아했던 심온이는 재빨리 헤엄쳐서 물가로 나올 수 있었어요.
강둑에 앉아 잠시 쉬어가기로 한 심온이는 주변을 유심히 살펴보았어요.
오렌지주스 강가의 나무들은 모두 오렌지나무였고, 그 사이사이로 노란 등불처럼 반짝이는 작은 꽃들이 피어있었답니다. 공기 중에는 달콤한 오렌지 향이 은은하게 퍼져있어서, 마치 과일 향수를 뿌려 놓은 것 같았어요.
심온이는 고개를 천천히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펴보았어요. 그러다가 문득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깨달았답니다.
초롱이가 이야기해 준 그 신비로운 세계, 오렌지주스가 흐르는 강 나라에 와버린 것이었어요.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지만, 달콤한 오렌지 향기와 주황빛으로 물든 풍경이 이곳이 바로 그 마법 같은 나라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답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심온이는 "초롱아! 어디 있니? 나 여기 있어!" 하고 큰 소리로 외쳤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초롱이의 대답은 들리지 않았어요.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찾아보았지만, 초롱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답니다.
주변은 마치 깊은 잠에 빠진 것처럼 고요했어요.
오렌지나무 잎사귀들도 미동도 없이 조용했고, 반짝이던 꽃들도 잠든 듯 조용히 빛나고만 있었답니다.
오렌지주스 강가에는 수많은 요정들이 살고 있다고 들었지만, 이상하게도 지금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어요.
강가 여기저기를 둘러보아도, 나뭇가지 사이를 살펴보아도 요정들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답니다. 지금까지 심온이가 만난 요정은 오직 두 명뿐이었어요. 반짝이는 날개를 가진 초롱이와, 덩치가 크고 따뜻한 미소를 지닌 아빠 요정이었거든요.
그리고 초롱이가 했던 말이 떠올랐어요.
"다른 요정들은 아직 네 눈에 보이지 않을 거야. 우리 세계의 마법을 이해하게 될 때까지는 말이야." 그래서 지금 요정들이 보이지 않는 걸까요? 심온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답니다.
하지만 심온이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어요.
초롱이가 빛의 동굴에서 자신이 오렌지를 잡는 것을 보았을 테니, 곧 찾아와 줄 거라고 믿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