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마지막 만남

오렌지주스가 흐르는 강

by 심온

그렇게 심온이는 마법 같은 과일나라에서의 모험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빛의 동굴을 지나 과수원에서 집까지 어떻게 왔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았지만, 눈을 떴을 때 자신의 침대에 누워있었고, 목에는 요정 왕님께서 주신 투명한 수정 목걸이가 여전히 반짝이고 있었답니다.


그때 마침 엄마가 새로운 목걸이를 보고 물어보셨어요.


"심온아, 그 예쁜 목걸이는 어디서 났니?"


심온이는 잠시 생각에 잠겼어요. 과일나라의 비밀은 꼭 지켜야 했지만,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음… 엄마, 이건 아주 특별한 친구가 준 선물이에요. 그 친구와의 약속이 있어서 자세히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나쁜 것이 아니니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는 심온이의 솔직한 대답에 따뜻하게 미소 지으셨어요.


"그래, 비밀은 지켜야지. 하지만 무슨 일이 있으면 꼭 엄마한테 이야기하렴."


심온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어요. 과일나라의 비밀은 계속 지켜져야 했으니까요.


그날부터 매일 아침, 심온이는 과수원을 지나가면서 초롱이와 마주쳤어요. 때로는 하늘에서 반짝이며 날아다니는 초롱이와 함께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어떤 날은 다른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라 살짝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어주기만 했답니다.


초롱이는 과일나라의 새로운 소식들을 전해주었어요. 달콤이 요정이 새로운 사과 디저트를 만들었다는 이야기, 향기 요정이 만든 마법의 향수가 너무 강해서 모든 요정들이 재채기를 했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려주었죠.


심온이도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초롱이에게 들려주었어요. 국어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을 때는 초롱이가 기뻐하며 반짝이는 마법 가루를 뿌려주었고, 친구와 다툰 이야기를 했을 때는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주었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을이 깊어지고, 과수원의 사과들이 붉게 익어가는 걸 보며 심온이의 마음은 조금씩 불안해졌어요.


사과들이 하나 둘 수확되어 가면서, 마지막 사과가 떨어지면 더 이상 초롱이를 만날 수 없게 될 거라는 약속이 떠올랐기 때문이에요. 심온이는 창가에 앉아 빨갛게 물들어가는 사과나무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어요.


어느 날 오후,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심온이는 과수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았어요.


긴 막대기로 빨갛게 익은 사과들을 따고 있는 모습을 보자 심온이는 발걸음을 멈추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어요.


그러다 갑자기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어른들을 향해 외쳤어요.


"안 돼요! 아직 사과가 덜 익었단 말이에요!"


농부 어른들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어요.


"얘야, 지금 사과를 따지 않으면 벌레들이 다 먹어버릴 거란다. 봐봐, 사과가 이렇게 잘 익었잖니? 게다가 오늘 밤에는 바람이 세게 분다는 일기예보가 있어서 서둘러 따야 해."


그러면서 반들반들 예쁘게 익은 사과 하나를 건네주셨어요.


그날 밤, 심온이는 잠을 이루지 못했어요. 바람이 너무 세게 불었기 때문이에요. 아침이 되자마자 심온이는 곧바로 과수원으로 달려갔어요.


과수원에 도착한 심온이는 깜짝 놀랐어요. 사과나무들은 아침 이슬을 맞아 반짝였지만, 나뭇가지에는 사과가 하나도 없었거든요.


밤사이 불었던 때늦은 태풍 때문에 모든 사과가 땅으로 떨어져 버렸어요. 심온이는 걱정되는 마음에 친구 초롱이를 찾아보았어요.


"초롱아! 초롱아!"


심온이는 크게 소리쳤지만, 대답은 없었어요. 다만 꿀벌들이 윙윙거리며 날아다니는 소리만 들렸죠.


심온이는 나무 위도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초롱이는 어디에도 없었어요. 마치 과일나라에서의 모든 일이 꿈이었던 것처럼 느껴졌답니다.


심온이는 주먹을 꼭 쥐었어요. 초롱이와의 우정이 이렇게 끝나버린다는 게 너무나 슬펐거든요.


심온이는 주머니에서 어제 농부 아저씨께서 주셨던 사과를 꺼내 물끄러미 바라보았어요.


그때였어요.


목걸이에서 시작된 따뜻한 빛이 사과를 감싸기 시작했고, 그 빛 속에서 초롱이의 모습이 희미하게 나타났답니다. 마치 아침 안갯속에서 피어나는 꽃처럼 조금씩, 조금씩 선명해졌어요.


"심온아…"


초롱이의 목소리가 바람결처럼 들려왔어요.


"걱정하지 마. 우리의 우정은 이렇게 쉽게 끝나지 않아. 요정 왕님께서 주신 목걸이가 우리를 이어주고 있잖아?"


초롱이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어요.


"심온아, 난 과일나라로 돌아가야 해. 하지만 넌 언제든 목걸이를 통해 날 만날 수 있어. 네 마음속에 우리의 추억이 살아있는 한, 우리는 영원한 친구야."


그렇게 말한 초롱이의 모습이 천천히 투명해져 갔어요.


마지막 순간, 초롱이는 눈물방울처럼 영롱하게 빛나는 미소를 남기고 사라졌답니다.


심온이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가슴속에서는 따스한 기운이 퍼져나갔어요. 목에 걸린 수정 목걸이가 은은하게 빛나며 초롱이와의 영원한 우정을 약속하고 있었거든요


그 후로도 심온이는 별들이 춤추는 밤하늘을 바라볼 때마다, 또 햇살에 반짝이는 새벽이슬을 발견할 때마다 초롱이의 따뜻한 미소를 느낄 수 있었답니다. 바람이 사과나무 잎사귀를 살랑거릴 때면, 마치 초롱이가 귓가에 속삭이는 것만 같았죠.


과일나라의 마법은 시간이 흘러도 심온이의 가슴속에서 더욱 반짝이며 자라났어요. 그것은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처럼, 어떤 어려움이 찾아와도 절대 사라지지 않는 소중한 보물이 되었답니다. 그리고 심온이는 알게 되었죠.


진정한 우정은 마법의 눈으로 보지 않아도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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