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의미

by 심온

모든 존재에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말을 들어왔다. 해충이라 불리는 벌레도, 바퀴벌레조차도 언젠가는 가치 있는 존재로 재평가될 수 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면 세상이 참 공평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아직 그런 재평가를 기다리는 존재조차 되지 못할 듯 하다. 희미한 형상은 날이 갈수록 소멸하고 있다. 의미를 찾기는커녕, 의미를 찾을 자격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그저 시간만 흘러간다.


과실수의 나뭇잎이 붉게 물들며 열매를 남기듯, 나도 무언가를 남기고 싶었다. 봄날의 달콤한 향기라도, 여름의 그늘도, 가을의 풍성한 열매라도. 하지만 이제 겨울이다. 겨울나무는 언뜻 앙상해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다음 봄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어떨까. 아직 피어나지 못했을 뿐, 여전히 뿌리를 내리는 시간일까. 이 나이가 되도록?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 싶었다.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베풀면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될 거라 생각했다.


며칠 전 생일 케이크 온라인 쿠폰에 정성 들인 메시지를 담았다. 빼빼로데이에 초콜릿을 골랐다. 하지만 그것은 수많은 축하 중 하나였을 뿐이다. 고맙다는 말속에 진심이 얼마나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나는 그 순간만큼은 마음을 담았다. 그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의미를 주었다고 생각하며.


나는 의미를 전달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전달하려면 내게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데, 내게 무엇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중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덜 막막할까.


나는 지금 여럿이 모여 있는 카페에 혼자 있다. 외로움과 혼자임은 다르다. 혼자는 상태이고, 외로움은 감정이다. 혼자는 선택할 수 있지만, 외로움은 선택할 수 없다. 나는 지금 혼자이면서 동시에 외롭다. 두 가지가 겹쳐질 때, 세상은 더욱 차갑게 느껴진다.


영화 속 대사처럼 "이걸로 충분해"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올까. 누군가 나에게 마음 담긴 손을 내밀어줄까. 지금은 그런 순간이 아니더라도, 앞으로는 다를 수 있을까.


기억되려면 기억될 만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을 만들어가는 중이라 하기엔, 바람은 이미 차갑고 뿌리는 힘을 잃어간다.


누군가에게, 몇몇에게, 단 한 사람에게만이라도 의미가 되고 싶었다. 세상 모두에게 특별할 순 없어도, 적어도 한 사람에게만큼은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었다. 그 사람이 힘들 때 떠올릴 수 있는 이름, 그 사람의 기억 속에 작은 자리라도 차지하는 존재.


그러나 '싶다'는 말은 손끝에서 과거형으로 바뀐다.


도움이 된다는 것은 상대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다는 뜻이다. 내게 무엇이 있는지 아직은 모르겠다.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의미일 수 있다는 말—그저 위로일 뿐이다. 손을 내밀어봤자 허공을 쥘 뿐이다.


의미를 주지 못하는 존재는 의미가 없는 존재다. 단 한 사람에게라도 의미가 되고 싶었던 마음이 여전히 남아 있을까? 부정과 긍정이 끊임없이 바뀐다. 의미가 되려면 존재가 인식되어야 하는데, 인식되지 않은 존재는 없는 것과 다름없다.


지금은 비어 있다. 비어 있다는 것이 채워질 여지가 있다는 뜻일까? 비어 있는 것은 그냥 비어 있는 것이다.


그래도 이 글을 쓰고 있다. 생각을 문장으로 남기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의미를 찾으려는 시도조차 공허하게 느껴진다.


슬프고, 외롭다. 이런 감정들이 살아 있다는 증거라고? 살아 있다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일일까.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여전히 고통을 느낀다는 뜻일 뿐이다.


누군가 이 글을 본다면 "다 그렇게 살아요"라고 답할 것이다.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의미 없이 살아가는 중일 테니. 그렇다면 나도 그저 그 무리 중 하나일 뿐이다.


다 그렇게… 다 그렇게… 그 말을 되뇌어본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위안이 될 리 없다. 함께 외로운 것이 혼자 외로운 것보다 나은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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