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짙게 익어가고 가을은 풀벌레 소리에 녹아든다
무더운 여름날 바깥 창가에서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는 알람소리와도 같은 멜로디로 다가와 일어나 밭에 나가야 한다고 속삭이면서 날 놀리듯이 스쳐지나간다.
피곤한 몸을 가까스로 일으켜 세우기까지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간신히 이겨내고 허리를 쭉 편 다음 세수를 하면서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시발점이 된다.
지난주 입추가 지나고 나니 새벽의 공기는 뜨거운 열기가 식어서 어느덧 시원함을 안겨주는 가을날의 아침 향기가 나의 정신을 맑게 해 주어 상쾌한 하루를 마주하며 생명이 활발히 숨 쉬고 있는 밭으로 향한다.
세상을 비추는 태양의 빛은 점점 밝아오고 잠자리는 분주하게 날아다니며 매미는 아침부터 요란스럽게 합창을 한다.
노랗게 물들어가는 참깨의 잎들이 축져지며 깨 주머니는 익어서 벌어지고 새들은 놓칠세라 밭주인이 오기 전에 이미 고소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비웃듯이 날아간다.
추석을 한 달여 남겨두고 어느새 대추가 제 모습을 찾아가면서 성장통을 앓는 듯한 표정으로 발그레한 모습이 우습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제 역할을 다 하고 있기에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늦봄에 씨앗을 뿌려 최근에 활짝 웃음꽃을 피운 코스모스는 이리 와서 날 찍어 달라며 손짓을 하여 나름 예쁘게 담는다고 찍어보았다.
코스모스도 마음에 들었는지 고맙다면 산들산들 부는 바람에 방긋 웃으며 인사를 한다.
아직은 한 낮엔 폭염 속에서 한 여름의 중간에 있지만 어쩌면 태풍의 눈처럼 고요하면서도 불안감이 엄습하듯이 뜨거운 열기와 맞서 싸우는 힘겨운 하루를 오늘도 이렇게 이겨내고 버티고 살아내고 있다.
각자 제각기 다른 삶이지만 제자리에서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건 어쩌면 우리 인간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