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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삼이 임보일기 마지막

by 흑삼언니

흑삼이를 보내고 난 뒤 많은 사람들이 그립지 않냐고 많이들 물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무지개다리 건널 때까지 같이 있어줄 수 있는 가족을 만나는 게 흑삼이 한테는 제일 좋은 일이니 그리워도 어쩔 수 없지 않냐라고 많이 답했던 것 같다.


무덤덤할 수 있는 대답이긴 한데 나는 끝이 있어서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화무십일홍.. 꽃이 지니까 그 아름다움을 우리가 사랑하는 것이라고. 흑삼이랑 지낸 10개월이 난 그랬으면 했다. 흑삼이는 더 이상 흑삼이가 아닌 아리로 살아가게 되지만, 새로운 이름이 생김으로 해서 우리가 지냈던 그날들이 나름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흑삼이를 보내던 그날도 울지 않고 덤덤하게 보내려고 했고, 실제로도 새 보호자 앞에서 내가 흑삼이를 보낸다고 울면 분위기가 이상해질 것 같았기에, 그냥 얼른 차에 태워 보냈다.


보내고는... 슬프긴 하긴 했지만 눈물이 날 정도는 아니었다. 이제는 집에 와도 나를 반겨주는 사람이 없는 집이 되었지만 흑언니는 생각보다 씩씩하기에 막 눈물을 흘릴 정도는 아니었다. T 인 게 이럴 땐 유용하긴 하다 ^^


흑삼이를 보내고 2주가 되었을 무렵, 나는 흑삼이가 없는 내 하루를 찾아가고 있었고, 내 시간들을 채워 나갔다. 매일 아침 산책을 위해 일찍 일어난 시간에는 헬스장에 가서 유산소를 했고, 오후에는 못다 한 업무를 하거나 TV를 보거나, 차를 마시면서 나는 나대로 흑삼이가 없는 시간을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


그러다 밤에 소화가 안되어 집 주변을 마실을 나갔다가, 흑삼이가 가고 싶어 하지만 내가 바쁘다는 핑계로 잘 못 갔던 공원을 지나면서 눈물을 흘렸다. 흑삼이는 그 공원을 매우 좋아했는데,,, 입구에 계단이 많고, 벌레가 많고, 발이 많이 더러워지기도 하고, 그쪽으로 가면 산책시간이 많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나는 잘 가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이 착한 강아지는 가고 싶다는 의지를 표명하다가도 “안돼” 라는 내 말 한마디에 이내 곧잘 포기했는데, 땡깡한번 없이 늘 내 말을 잘 따랐었다.

연인과 헤어지고 나면 왜.. 못해준 것만 생각난다고 하지 않나...


아무 생각 없이 마실을 나갔다가… 투정 한번 없던 그 강아지가 생각나 나는 그 여름밤 길에서 눈물이 났다..


성숙한 어른은 죽어가는 것을 사랑한다고 한다.

우리가 무언가를 소중히 여기는 건 덧없고 죽어가기 때문에,

우리가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건 언젠가 죽기 때문에,

우리가 조화보다 벚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결국 지기 때문에,


지금보다 어렸을 때 흑언니는 끝이 정해진 것은 시시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어느 날 어떤 시인의 저 한마디 말에 흑언니는 영원할 것 같은 봄날을 꿈꾸기보다, 이 작은 강아지의 작은 세상을 잠깐만 같이 하기로 했다.

끝이 있어서 더 행복할 수도 있는 임시보호를 선택했다.


이 강아지의 영원한 가족을 위해 나와는 영원한 이별을 맞이하지만


흑삼아!

아무 탈 없이 언니랑 10개월 동안 잘 지내줘서 고마워! 가족이 생긴 걸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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