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이모부께서 찍어준
캠코더 영상이 있다.
파란 하늘, 웃는 얼굴,
그리고 “파란 나라”라는 동요.
지금도 그 노래를 들으면
어딘가 웃음기 가득한 나를 떠올리곤
그런데 그 장면은
어느 날, 하얀 나라로 바뀌었다.
병원의 하얀 천장.
하얀 담요.
하얀 소리 없는 공간.
가족들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던 그 순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은데..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
꼭 희망이 아니었지만,
절망 속에서 살아보겠다는 감각만은
나를 계속 숨 쉬게 했다.
면회 시간이 되자,
가족들이 조심스럽게
내 옆으로 다가왔다.
“들을 수 있어? 보여?”
“손가락이나 발끝, 조금만 움직여봐.”
불안한 언어, 엷은 미소,
참 짧기만 한 면회 시간.
그 순간들이
나를 현실로 다시 끌어올렸다.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다행이었던 건—
그 질문에 내가 대답할 수 있었던
상태였다는 것.
하얀 천장 아래서의 시간은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것 같았지만,
사실 나는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었다.
무거운 상황이 낯설고 두려웠지만
오히려 자꾸 잠을 청했다.
그 안에서 나는
깨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감각을 붙들고 있었다.
“내가 살아왔던 시간들”을
떠올리면서.
“다시 걷지 못할 수도 있고,
시력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그 말은
나에게도, 가족에게도
아주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그때 나는 결심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다시 돌아가야지.’
그것이
나를 다시 ‘나’로 만드는
출발점이 되었으니까.
“아파요?” “무서워요?”
그럴 때마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한다.
사람마다 다 다르다고.
그리고 나에겐,
그 하얀 나라에서
배운 숨결 하나가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