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비현실화

8.나를 찍지 않은 이유는?

by 비현

사진 찍는 거 좋아하세요?

저는 원래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 않았어요.


정확히 말하면… 관심이 없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다시 무언가를 기록하게 됐고,
그 기록에 말을 묶어두려면, 결국 사진 한 장으로 남겨야 했죠.



그 느낌은 참 묘해요.
자세히 말하자면, ‘나’를 빼고 내가 바라보는 모든 걸
한 장 안에 담는 느낌이에요.



숨을 죽이고 셔터를 누르는 단 한 번의 터치.
그 안으로 모든 게 들어오죠.



그게 좋았고, 또 그 순간을 더 담고 싶어서
시간이 부족해질 때도 있어요.



그렇게 하나둘 사진이 쌓이기 시작했지만,
반대로 저는 저 자신을 찍지 않았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종종 말했죠.
“사진은 남는 거야!”

하지만 그 말은 늘 귓등으로 흘려보냈어요.



처음부터 제가 안 찍었던 건,
‘사진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그저 나 자신을 남기고 싶지 않아서였어요.



그러다 인생에 큰 사건들이 일어나고,
저도 어쩔 수 없이… 바뀌더라고요.


물론, 예쁘게 찍히고 나에 대한 변화를 많이 남기면 좋죠.


내가 장면의 주인공이 되는 것도 멋진 일이니까요.


그런데 저는 그보단
지금 내가 서 있는 자연, 장소, 시간에
감사하기로 했어요.


내가 언젠가 사라지더라도
무언가는 남겨두자고요.


일기를 쓰진 않더라도,
하루에 한 번 남기는 글 속에서
“내가 이 하루를 살았다”
는 흔적을 남기자고 말이죠.



처음은 어렵지 않았어요.
막상 해보니까 되더라고요.


아직도 찍힌 사진을 들여다보는 건 어색해요.


하지만 이제는 핸드폰 속 사진을 하나둘 꺼내 보면서
스스로에게 물어요.



"만족해?"

그러면 대답은 늘 비슷하죠.


“결과물이 좋겠어?” 하고 웃지만,
속으론 이렇게 생각해요.


“그래도… 나, 변하고 있구나.”

모습은 비슷하지만,


그 안의 미묘한 변화에
감사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요즘, 그 말이

자꾸 머릿속에 맴돌아요.


“인생은 짧아.”

그래서 저는요,

더 많이 해보고, 덜 아프고,

더 행복해지기로 했어요.


그리고 그 순간들을 사진처럼, 글처럼,
이곳에 남겨보려고 해요.





작가노트

sticker sticker



저는 사진을 늘 찍었어요.

자신을 남기지 않은 채로요.

그게 버릇처럼 이어졌고, 그게 나라고 믿었어요.


하지만 언젠가부터…

나도 이 하루를 살아냈다는 증거를 남기고 싶어졌어요.


지금 이 글은, 그 시작에 대한 고백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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