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질 일은 없다더니
그러고 보니 한 가지 큰일을 더 끝내야 성공적으로 출국할 수 있다. 비자를 받아야 한다. 유학생이 받아야 하는 비자는 F1 학생비자다. 간단한 인터뷰를 해야 비자를 받을 수 있는데, 그 인터뷰에서 떨어질까 봐 유학 메이트와 많이 긴장했었다. 예상 질문을 유학원 원장님과 연습도 해보고 서로 질문해 가며 열심히 준비하고, 둘이서만 서울의 미국공사관으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공사관 옆쪽으로 돌아 입구를 찾아 들어가는 내내, 머릿속에 든 생각은 '이거 진짜 떨어지면 망하는 거 아냐'였다. 입구에서 여권과 서류를 확인받고 가라고 안내되어 있는 대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공식적이고 적막이 흐르는 분위기는 아니었고, 그렇게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서로 눈빛을 주고받다 내가 먼저 불려 갔다. 티켓을 사는 곳처럼 창구가 서너 개 있었고 나는 한 여자분 앞에 섰다. 우선 간단한 인사. 달라는 서류 주고.
Boarding school or private school?, Any family in the States?
다시 인사. 그게 끝이었다. 많이 긴장한 거 치고 너무 간단히 끝나서 김이 새긴 했지만 그냥 감사하기로 했다. 친구도 큰 문제없이 쉽게 통과해 훨씬 밝은 얼굴로 함께 걸어 나왔다.
인터뷰가 끝난 후, 호스트에게 줄 간단한 선물을 사기에 인사동이 좋다는 유학원 원장님의 조언에 자신 있게 나섰다가 길을 잃기도 했다. 결국 선물은 사지 못하고 지친 몸으로 빙수 한 그릇을 먹고 돌아왔었다. 둘 다 비자가 나올 것 같다고 마음 놓고 있던 어느 날, 여권과 비자가 택배로 도착했다. 들뜬 마음으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도 비자 받았지?"
"엥, 아니?"
"아 그래? 너도 곧 올 거야!"
그리고 그 비자는 몇 주가 지나도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