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조산을 했을까

by 푸르른도로시



“아이가 자기 나올 날짜를 스스로 고른 거야.”

내내 울적해하는 내게 남편이 건넨 위로였다.


출산 소식을 전하자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말을 했다.

‘여름 생일보다는 봄 생일이 훨씬 낫지.’

‘참 좋은 계절에 잘 태어났다.’


요즘은 의학이 발전해 일찍 태어나도 별문제 없이 건강하게 자란다는 말도 따라왔다.

출산과 육아를 경험한 선배들은 “2kg가 넘었으니 괜찮다”라며 안심시켰다.


많은 격려와 위로에도 내 마음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내 잘못으로 조산한 것만 같았다.

아무리 인큐베이터가 발달했다 해도, 엄마 자궁만은 못하다는 말이 자꾸 마음을 괴롭혔다.


우리 아기는 32주 출생이었지만 2kg가 넘는 체중으로 태어났다.

다행히 다른 건강상의 문제는 없었고, 이전에 하혈로 입원했을 당시 태아 폐성숙 주사를 맞은 덕분인지 자가 호흡도 가능해 인큐베이터에 들어가지 않아도 됐다.

그럼에도 남편이 보여준 사진 속 아기는 너무 작아 보였다. 아직은 엄마 뱃속에서 편히 놀고 있었어야 했다.





자꾸만 의문이 떠올랐다.

‘나는 왜 조산을 했을까?’

외가와 친가, 남편 쪽 집안까지 두루 떠올려 봤다.

조산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집안 내력이 아니라면, 결국 내 잘못이 아닐까.


침대 위에 꼼짝달싹 못하고 누운채 과거를 끝없이 헤집었다.

열흘 전 여행에서 무리해 걸었던 일, 임신 중기에 받았던 양수검사(연관성이 없어 보이며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사실이지만, 당시 내게는 임신 중 벌어졌던 수많은 일들이 다 조산의 원인처럼 느껴졌다), 전세금 문제로 집주인과 다투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일, 아기 태어나기 나흘 전 진행한 이사….

그 모든 순간이 조산의 원인처럼 머릿속을 휘젓고 다녔다.


나는 왜 아기 가진 몸으로 무리를 했을까. 태어나자마자 온갖 검사를 받느라 고생하고 있을 아기를 생각하니 심장이 조이듯 아팠다. 내가 아기에게 주고 싶었던 건 이런 경험이 아니었다. 태어나자마자 평화롭고 따뜻하게 환영받길 바랐다.


전세금 문제로 집주인과 실랑이를 벌인 것도, 무리하게 이사를 진행한 것도 모두 아기를 위한 일이었다. 샷시가 낡아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우며 먼지 많은 집, 조금만 큰 소리에도 벽을 두드리는 예민한 이웃이 있는 곳에서 아기를 키우고 싶지 않았다. 더 나은 환경을 마련하려던 노력이 조산의 원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분하고 억울했다.



‘미안해, 아가야. 못난 엄마라서 미안해.’



끝없는 생각에 괴로웠지만, 병원 생활만큼은 만족스러웠다.

넓고 깨끗한 시설은 물론, 의료진부터 청소 담당 여사님까지 모두 전문성과 친절함을 갖추고 있었다.

따뜻하고 체계적인 보살핌 속에서 나는 입원 이튿날 있을 NICU 첫 면회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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