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주 1일, 아기와의 첫 만남
제왕절개 수술을 한 지 이틀째 되는 날, 나는 무통 주사 버튼을 꾹꾹 누르며 천천히 바닥에 발을 디뎠다.
묵직한 통증이 아랫배를 강타했다. 곡소리가 절로 났다.
한 손으로는 펴지지 않는 허리를 붙잡고, 다른 손으로는 링거 거치대를 지팡이 삼아 걸음을 뗐다. 내딛는 걸음마다 밀려오는 통증을 꾹 참으며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NICU 앞에 도착하니 일주일에 두 번, 단 30분 허락된 면회를 위해 많은 부모들이 줄을 서 있었다. 신생아 집중치료실에 누워 있는 아기들은, 아마 부모가 사정이 있어 오지 못한 아이들까지 합하면 꽤 많을 것 같았다. 그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면회는 철저했다. 열을 재고, 마스크를 착용한 뒤 손을 씻고, 위생복과 장갑까지 착용해야만 입장이 가능했다. NICU 내부는 여러 개의 작은 방으로 나뉘어 있었고, 그 안에는 작은 베드와 그 위에 누운 더 작은 아기들이 있었다. 아기들 곁에는 처음 보는 낯선 기계들이 놓여 있었는데,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숨을 쉬는지, 심장이 뛰는지 같은 것을 확인하는 장치가 아닐까 싶었다.
마침내 우리 아기가 있는 방에 들어서려는 순간, 아기가 팔을 번쩍 들어 손짓을 했다.
얼른 오라고 재촉하는 듯한 모습 같았다.
가까이 다가가 처음으로 찬찬히 들여다본 아기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섬세한 이목구비, 작고 여린 손가락과 발가락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내 손바닥보다 작은 얼굴은 빨갛게 물들어 있었고, 손과 발은 쪼글쪼글했다.
아기의 표정은 쉴 새 없이 바뀌었다. 웃었다가, 찡그렸다가, 울음을 터뜨릴 듯하다가 이내 잠잠해졌다. 속싸개 밖으로 나온 두 팔은 마치 랩 배틀을 하듯 분주하게 움직였다. 농구공이라도 던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여전히 뱃속에 있는 듯 움직이는 모습이 신기하고 사랑스러웠다.
원래라면 임신 33주 1일이었을 터였다. 아직 뱃속에서 자라야 할 시간이 한참 남아 있었다. 몸무게는 2kg이 조금 넘었고, 폐 성숙 주사를 맞은 덕분에 자가 호흡이 가능해 인큐베이터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일찍 태어난 것만 빼면 건강한 편이었다. 하지만 미숙아인 만큼 먹고 숨 쉬는 모든 과정이 아직은 불안정했다.
“이 정도면 양호한 편입니다.”하는 의사의 말에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만삭까지 품어주었다면 태어나자마자 이런 고된 과정을 겪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싶어 마음이 아팠다.
30분의 면회는 5분처럼 순식간에 지나갔다. NICU를 나서기 전, 우리는 아기와 함께 첫 가족사진을 찍었다. 셋이 처음으로 한 화면에 나온 모습을 보자 만감이 교차했다.
반가움 속에서도 후회와 죄스러움이 뒤섞여 마음이 복잡했다. 너무 작아 한 번 만져보기조차 두려운 아기를 두고 가려니 도무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다음에 또 보자.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옆에 친구랑도 잘 지내고 있어.”
문밖으로 나설 때까지 아기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다가 겨우 고개를 돌렸다.
담당 의사와 간호사들 모두 아이들을 진심으로 아끼는 듯했다. 우리 아기 역시 작은 몸으로도 씩씩하게 잘 견뎌주고 있었다. 언젠가 함께 집으로 돌아갈 그날을 기다리며, 우리는 의료진과 아기를 믿고 부모로서의 몫을 묵묵히 해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