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CU에서의 첫 수유 연습

- 걱정보다 설렘이 조금 더 컸던 날의 기록

by 푸르른도로시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하루 세끼를 먹는 조리원 생활.
그날도 아침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온 참이었다. 전화가 울려 확인해 보니 NICU였다.


‘다음번 면회부터 수유 연습을 할 예정이니, 보내드린 동영상을 시청하고 오세요.’


아기가 병원에 입원한 지 여드레째 되는 날이었다.






“잘 되었네요. 수유 연습을 하면 퇴원 금방 해요.”
푸근한 인상의 마사지사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아기를 병원에 두고 혼자 온 산모들이 처음엔 슬퍼하다가도, 퇴원할 즈음엔 육아가 무서워 하루만 더 늦게 나왔으면 좋겠다고 한다고 했다.
아기가 보고 싶어 매일같이 슬펐던 나날이었지만, 그 말에도 공감이 갔다.
안 그래도 돌보기 어렵다는 신생아를, 그보다 더 작고 여린 미숙아를 초보인 우리 부부가 어떻게 돌볼지 막막했다. 그래도 그 순간만큼은 걱정보다는 처음으로 내 아기를 안고 수유 연습을 할 수 있다는 설렘이 더 컸다.



남편도 소식을 듣고 무척 기뻐했다. 퇴근하자마자 조리원으로 달려왔고, 반차를 내어 다음 날 아침에 함께 수유 연습을 한 뒤 출근하기로 했다.


그날 저녁, 우리는 마르게리타 피자를 함께 먹으며 수유 연습과 우리 가족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촉촉하고 쫀득한 치즈 위에 향긋한 바질이 올라간 피자는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우리의 마음과 위장 모두가 만족스럽게 채워졌다.




평소 아침잠이 많아 일찍 일어나기를 힘들어하던 남편도, 그날만큼은 예외였다.
그 전날 미리 남편몫의 식권을 끊지 못해 나는 홀로 식당에 가 아침밥을 먹었다.


‘아기를 안는 건 어떤 기분일까? 그 조그만 아기를 내가 잘 안을 수 있을까? 젖병은 잘 받아먹을까...’
밥 한 숟가락 한 숟가락을 뜰 때마다 마음은 온통 병원으로 향했다.








K대학병원 주차장은 언제나 만원이었다.
시간을 넉넉히 잡았다고 생각했는데도 지하 주차장을 몇 층이나 돌다 보니 어느새 면회 시간이 가까워졌다.
시간이 다가올수록 우리 머릿속은 점점 바빠졌다.


남편이 “내가 주차할 테니 먼저 들어가 있어.”라고 말하는 순간,
사방을 두리번거리던 내 눈에 차 한 대가 빠져나가는 게 보였다.
기회를 놓칠세라 얼른 그 자리에 차를 댔다.
우리가 딱 하나 남은 빈자리에 차를 대자마자, 다른 차들이 줄줄이 들어오는 게 보였다.


“엄마 아빠 늦지 말라고 우리 아기가 손을 썼나 봐.”
“그런가 봐. 대단한데. 역시 우리 아기야.”


늦을까 봐 빠르게 뛰던 심장이 순식간에 안정되며 웃음이 났다.




언제나처럼 열을 재고,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고, 위생복과 모자까지 갖춰 입은 후 우리 아기가 있는 곳으로 안내받았다.
저번보다 훨씬 큰 방이었고, 아기도 많았다.


며칠 사이 부기가 많이 빠진 우리 아기는 얼굴이 한결 갸름해져 더 작아 보였다.
내 손바닥보다도 작은 얼굴에, 목을 전혀 가누지 못하는 여린 아기를 안아 들려니 덜컥 겁이 났지만,

간호사를 믿고 지시에 따르기로 했다.


우리를 안내한 간호사는 상냥하고 붙임성 있는 젊은 분이었다.
그의 지시에 따라 속싸개에 둘둘 말린 아기를 조심스레 안고 젖병을 물려보았다.

먹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몇 초를 겨우 먹고 바로 쉬어버리기 일쑤였다.
그럴 땐 젖병을 가볍게 톡톡 쳐주면 다시 먹는다고 했다.
작은 입이 움직이며 꿀꺽꿀꺽 액체를 삼킬 때마다, 가냘픈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했다.


‘수유 연습을 하면 곧 퇴원한다’ 던 마사지사의 말이 떠올랐다.
목도 못 가누는 이 작은 아기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하는 걱정과 함께,
아기를 처음 안는 감격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뻣뻣한 자세로 어색하게 수유를 하고 있는데도 간호사는 잘한다고 칭찬했다.


“얘는 한 번 입 터지면 정말 잘 먹을 것 같아요.”


그녀가 밝게 웃으며 말했다. 한눈에 봐도 아기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 같았다.
그녀는 아기가 얼마나 씩씩하고 의젓하게 입원 생활을 잘하고 있는지 줄줄이 설명해 주었다.
감사한 마음이 밀려왔고, 교수님 말씀처럼 아기를 믿고 맡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하다, 다음에 또 뵙겠다는 말로 거듭 인사를 주고받으며 아기를 두고 NICU밖으로 나왔다.


아기를 만삭에 낳았다면 해보지 못했을 경험이고, 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경험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만하길 다행이었다.

무엇보다 우리 아기를 정성껏 돌봐주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샘솟았다.


‘안녕, 다음에 또 보자.’


며칠 뒤 있을 두 번째 수유 연습을 떠올리며 옮기는 발걸음이 날아갈 듯 가벼웠다.

스포일러를 하자면,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기침과 콧물이 잔뜩 나오는 바람에
그토록 기대하던 두 번째 수유 연습은 하지도 못했다.


역시 인생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어쩌면 그래서 더 재미있는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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