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데리고 오는 길

-NICU 퇴원, 아기와의 첫 나날

by 푸르른도로시




그날, 나는 여느 때처럼 식당 이모님들이 정성껏 차려주신 아침밥을 먹고 방으로 들어왔다.
디저트 — 아마도 딸기 맛이 나는 시리얼 바였을 것이다 — 를 먹으며 노트북을 켜서 출산 관련 업무 몇 가지를 처리하고 있었는데, 휴대전화가 울렸다. NICU였다.

내용인즉, 우리 아기의 퇴원이 내일 아침으로 결정되었으니 준비를 해 오라는 것이었다.


담당 선생님께 입원 기간을 한 달 정도로 예상하라는 얘기를 들었던 터라, 조리원 퇴소 후에나 아기가 퇴원하겠거니 하며 조금 여유를 가지고 아기 용품을 천천히 들이고 있던 차에 들은 갑작스러운 소식이었다.
가장 중요한 아기 침대며 카시트도 아직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카시트를 아직 사지 못했는데, 혹시 시간을 조금 더 주실 수는 없나요?”
“네, 어머니. 지금 NICU에 베드가 모자라서 기다려 드리기는 힘들어요.”


그렇구나. 바로 납득이 갔다.
오늘 안에 카시트를 준비해 내일 가겠다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회사에 있는 남편에게 연락하니, 조금 일찍 퇴근해 조리원으로 왔다.
우리는 함께 아기용품점으로 향했다.


“우리 아기는 방심하려 하면 바로 역공 들어오는구나. ‘엄마 아빠, 게으름 피우지 말고 정신 차려!’ 하고.”
“그러게 말이야. 정말 한시도 방심할 수가 없네!”


갑작스러운 출산부터 또 갑작스러운 퇴원까지.
정말 한가할 틈을 주지 않는 우리 아기였다.
네가 부모를 강하게 키우는구나. 멋지다!




직원에게 카시트를 추천받았다.
합리적인 가격에 성능과 안정성까지 갖춘 제품이어서 더할 나위가 없었다.
주말 할인 행사 동안 재고가 다 빠져 전시된 상품 하나뿐이라는 것만 빼고는!
게다가 우리가 원한 바구니 카시트에 더해, 아직 쓰려면 한참 남은 다음 단계 카시트까지 반드시 같이 사야 한다고 했다. 바구니 카시트 하나만은 판매하지 않는다면서.


우리가 망설이자 직원은 서비스로 이것저것 더 끼워 주겠다며 마구 바람을 넣었다.


“이만큼 넣어드리기도 힘들어요.”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처음에 끼워 준다던 거랑 똑같은데 뭘 저렇게까지 과장해서 얘기하지? 더 끼워 주긴 뭘. 눈속임이네.’

괘씸한 마음도 들고, 전시 상품을 사자니 성에 차지도 않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다른 아기용품점에 가기엔 이미 꽤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한꺼번에 카시트 두 개를 결제하고 직원과 함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직원이 카시트를 설치하며 남편에게 아기에게 채우는 법을 알려주었다.
카시트를 장착하니, 이제 정말 내일 아기를 여기에 태워 데려오겠구나 하는 실감이 났다.








다음 날 아침, NICU에 카시트를 들고 도착했다.
담당 간호사가 우리가 건넨 베냇저고리를 입힌 아기를 데리고 나왔다.
아기의 예방접종과 특이 사항 등 간단한 퇴원 교육을 듣고, 아기를 카시트에 태운 뒤 NICU를 나섰다.

둥그런 바구니 카시트에 담긴 아기는 믿기지 않을 만큼 작았다.
심장이 떨릴 정도로 작은 손과 발이 베냇저고리 밖으로 빠져 나와 있었고, 작고 마른 얼굴에 크고 둥근 눈이 외계인처럼 반짝였다.


엘리베이터를 타자, 함께 탄 사람들 모두가 한마디씩 거들었다.
병원 밥을 나르던 식당 여사님이 말했다.


“천사다, 천사.”


그토록 경탄에 찬 눈빛을 한 무리의 사람들을 본 적이 또 있었던가.
새 생명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의 가슴에 따스한 온기를 불러일으키는 모양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진귀한 보석을 보는 듯 순수하게 반짝이던 그들의 눈빛을 나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병원에서 조리원까지는 차로 5분 거리였다.
카시트 안에 쏙 들어간 아기가 행여 흔들릴까 싶어 빈 공간에 기저귀며 손수건 등을 끼워 넣었지만, 그래도 아기에게서 단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었다.
도로에 덜컹거리는 곳이 이렇게나 많은 줄 그전에는 몰랐다.
평화롭게 잠든 아기와 달리 엄마 아빠의 마음은 도로 사정과 함께 덜컹거렸다.








조리원에 도착해 아기를 넘겨주고, 남편은 집으로 향했다.
이틀 후 조리원 퇴소일이라 미리 청소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날은 마침 신생아 촬영이 있는 날이었다.
조리원에 오자마자 바로 신청했지만, 미리 신청한 사람들에 비해 순서가 밀려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드디어 이름이 불리고, 신생아실 간호사가 내게 아기를 안겨주었다.
확실히 다른 만삭 출산아들에 비해 살이 덜 올라, 갓 태어난 아기 원숭이 같은 느낌이었다.

스튜디오 사람들은 능숙하게 아기를 받아 눕히고는, 아기곰 푸우 콘셉트로 주변을 세팅했다.
그들은 내게 아기에 관한 여러 가지를 물었고, 나는 그날 처음 본 사람들에게 아기와 출산 이야기를 줄줄이 늘어놓았다.


“32주생이라고요? 그런 것 치곤 아기가 크네요. 40주 채웠으면 4kg대였겠어요. 엄마 힘들지 말라고 일찍 태어났나 보네요. 효자네요, 효자.”


나는 사진 세례를 받는 중인 2.4kg의 작은 효자를 바라보았다.
가슴속에서 두려움이라고도, 설렘이라고도 부를 수 없을 듯한 감정이 몽실몽실 피어올랐다.
속이 살짝 울렁거렸다.








저녁을 먹은 뒤, 나는 처음으로 ‘수유콜’이라는 것을 받고 조리원 수유실에 들어갔다.
흰 천에 부리또처럼 돌돌 싸인 아기를 품에 안고 젖병으로 모유를 먹였다. 그리고 트림도 시켰다.

반짝이다 못해 번쩍이던 두 눈을 꼭 감은 채, 아기는 진지하게 고무 젖꼭지를 빨았다.
잠시 먹다가 멈추고, 쌕쌕 소리를 내며 쉬었다가, 다시 조금 먹다가 또 쉬기를 반복했다.


다른 아기들은 잘 먹는 것 같은데… 혹시 이른둥이라 먹는 게 힘든 걸까?

아직 뱃속에서 편하게 먹고 놀아야 할 주수인데…

괜히 짠해진 마음으로 작은 머리통을 한없이 바라보았다.
행여 떨어질세라 두 손으로 목과 엉덩이를 꼭 받쳐 안아 들고 있자니, 베냇머리로 덮인 아기의 정수리에서 숨구멍이 팔딱팔딱 뛰는 것이 보였다.


“아기야, 사랑해. 조금 있다가 또 보자.”


속삭이듯 인사를 하고 신생아실에 아기를 넘겨준 뒤 방으로 돌아왔다.

참으로 많은 일이 벌어졌던 하루였다.

조금 있다가, 그리고 내일 또 아기를 보겠구나.
이제 정말 우리가 아기를 키우는구나.


가슴이 설레어 쉽사리 잠들지 못할 것 같은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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