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컵과 전화
사무실에서 사용하던 컵을 집으로 가져와서 쓰기 시작했다.
이 컵은 새 일을 시작할 즈음에 친구에서 선물로 받은 것이다.
또 다른 출발을 축하하고 격려해 주는 친구의 마음을 차를 마실 때마다 한껏 느끼게 해 준 컵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잘 쓰지 않게 되어 가까이 두고 보려고 집으로 가져왔다.
컵이 먼저 나에게 좀 더 가까이 온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정말 오랜만에 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용건은 제삼자의 일로 굳이 통화가 필요했던 내용도 아니었다. 그런데 전화 연결이 된 것이다.
그 컵을 집으로 가져오고, 그 컵을 선물한 친구의 전화가 온 것이다.
친구와 나는 컵을 매개로 끌림이 있어 마음이 연결된 것이다.
일상에서 이와 비슷한 경험을 가끔씩 겪는다.
사람과 사람사이, 사람과 사물 사이에 보이지 않는 작용에 의해 끌림이 일어나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한다.
"아! 내가 너를 만나려고 이곳에 출장 오게 되었구나!"
(사실 출장을 와 보니 우연히 만난 것일지라도...)
"이 물건이 그렇게 찾아도 없더니 여기에서 나올 줄이야!"
(그 사이 누군가 자리를 옮겨 놓았던 것일지라도...)
"왠지 오늘은 버스를 타고 출근하고 싶더니, 이렇게 만나게 되네요!"
(자가용을 수리 맡겨야 하는 상황이었더라도...)
이런 마음의 끌림에 의한 만남은 기쁨과 반가움이 두 배 이상이다.
마치 순간 예언자라도 된 것 마냥 마음의 끌림에 의해 움직였더니 기쁜 일이 일어나는 신비로움을 느낀다.
헤어진 연인에게 받았던 선물이 이별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부서지는 일은 마음 멀어짐의 작용일까?
어찌 되었던 마음의 움직임을 가시적으로 체험하는 것은 묘미가 있다.
당신만의 착각이라고, 오해하지 말라고 말하지 마시길.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는 것에 비해 더 많은 에너지와 의미를 담아 우리 사이를 밀고 당기고 있는 것이다.
일상이 무료하고 신선한 반전을 기대하고 싶을 때, 자기 주변의 물건의 위치나 행동의 패턴을 바꿔보는 것도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의 끌림과 멀어짐으로 다시 힘을 낼 수도 있고, 힘들었던 문제를 털어 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구심력과 원심력을 민감하게 느껴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