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이미 배웠답니다
Emotion, 감정은 다양한 스펙트럼이다.
행복, 기쁨, 환희, 벅참, 만족, 평안 등등... 긍정적 표현부터
불행, 성남, 분노, 절망, 좌절, 고통 등등... 부정적 표현까지 범위로 펼쳐보아도 무한한 듯하다.
또 무덤덤, 무감각, 무심, 무표정, 무념무상 등등.. 한자의 '없을 무'를 붙여 감정의 상태를 가려버리거나 부인하는 표현도 다양하다.
이처럼 다양한 감정을 제각각 다른 사람들이 상호작용하며 살아가니 순간순간 나의 감정상태와 딱 통하는 교감이 이루어지기보다는 충돌하고 불편할 때가 많을 수밖에 없다.
가벼운 감정 부딪힘이라면 서로 사과하고 이해하며 미소로 마무리하면 참 좋다.
그런데 점점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자신의 감정을 충동적이고, 끝장으로 몰아가기를 쉽게 해 버리는 것 같아 상대하기가 조심스럽고, 안타깝고, 불안하다.
이렇게까지 변하게 된 문화적, 사회적, 개인적 요인은 다양한 이론들과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바가 있다.
필자는 거시적 담론이 아니라 누구나 어릴 적부터 이미 배워 이만큼 자라난 우리의 습관과 태도에서 감정 다루기를 말하고 싶다.
요사이 사람들이 자기가 다른 사람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 버린 느낌이라는 호소를 많이 듣는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 느낌을 필자도 여러 번 경험했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학교에서, 연인끼리, 친구끼리, 남녀노소, 잘 아는 사이던지 처음 만난 사이던지,
시간과 장소의 구별도 없다.
자신의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긍정적인 감정일지라도) 기어코 쏟아내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전쟁, 폭발사고 등 갑작스러운 위기의 상황도 아닌데 자신의 감정을 타인에게 불편할 정도로 전가시키며 같이 혼란에 빠트리는 사람들이다. 애매한 상황을 악용하여 극한 이기주의적 발상으로 자신의 불편한 감정 상태를 비워내는 사람들이다.
자~, 기저귀를 하다가 양육자의 도움으로 유아 변기를 사용해 보고, 스스로 용변을 처리할 수 있을 때까지의 단계를 기억나는 대로 떠올려보자.
아기일 때 기저귀에 볼일을 보았다고 혼난 적은 없을 것이다.
아장아장 걷게 되면서 캐릭터 모양의 앙증맞은 유아 변기에서 배변훈련을 받을 때가 있었을 것이다.
유치원을 다니고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쯤이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기의 용변을 잘 처리하고 손도 깨끗이 씻고 옷도 다시 잘 챙겨 입을 수 있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말이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을 일생일대의 발달과업 중에 하나인 배변훈련과정을 우리의 감정 다루기에 비유해 보자.
미성숙한 어린이의 때를 지나 질풍노도의 사춘기 시절을 지나고 보면 사람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경험하고 깨닫게 된다. 이 기간 동안에는 조그만 일에도 너무 슬프기도 하고, 나뭇잎 굴러가는 것만 보아도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가만히 서 있는 전봇대에 화풀이 발길질도 한다. 그렇게 감정이 좌충우돌하더라도 선배들이나 어른들은 '다 그러면서 크는 거야'하고 다독여 주고, '괜찮다'라고 위로해 준다.
사춘기를 지나 막상 성인이 되어도 감정표현이 편안한 것만은 아니다. 남녀 간의 연애감정과 직장에서 업무로 인한 공적인 상황에서도 난처하고 처리곤란인 감정은 늘 도사리고 있다. 그래도 반복되는 패턴과 뼈아픈 실수들이 다음 기회에는 더 잘 적응해 보고 편하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처세술이라면 처세술이 생긴다. 감정코치가 될 만한 교양서적과 프로그램들을 참고해 보면 더 성숙한 감정표현 생활이 가능하다.
매일 아침 건강한 배변습관을 가지듯, 자신의 마음 상태를 잘 비우고 챙겨서 문 밖으로 나올 때는 단정한 모습을 갖추길 바란다.
어제저녁 먹은 것이 탈이 나서 화장실에서는 꾸룩꾸룩거렸어도 잘 비우고 나면 다음 식사를 맛있게 하는 것처럼, 나와 다투었던 사람과의 감정은 해우소에 다 비우고, 오늘 만난 사람에게는 오늘의 신선한 감정을 표현해 보자.
아무래도 하루 종일 아랫배가 묵직하게 아프고, 속이 울렁거리는 듯하면 조퇴하고 집에서 쉬는 것이 좋듯이, 내 기분이 나도 주체할 수 없이 혼란스럽고 울적하다면 잠잠히 이불을 덮고 입도 다물고 자는 것이 좋다. 푹 자고 나면 찌꺼기 같은 감정들은 가라앉고 한결 나은 감정들이 샘솟아 있을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밀실 같은 화장실 안에서나 할 법한 감정표현과 행동을 주변 사람에게 마구 쏟아내니
사람들이 자기가 '감정 쓰레기통' 이냐라는 호소를 하는 것이다.
오물이 묻어 있는 휴지를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또 아무리 더러워도 자신의 오물은 자신이 처리하는 것이 성숙한 어른의 태도이다.
누구나 먹은 것은 화장실에서 비우면 살아가야 한다. 감정도 비슷하지 않을까?
여러 사람과 나누면서 공감할 감정과 개인적으로 은밀하게 깨끗하게 단정하게 비우고 처리할 감정이 있다.
구별된 장소에서 잘 다룬 감정은 아무리 추악하다 할지라도 맑게 정화되리라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