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을 하며
잠옷에 달린 단추가 떨어졌다.
어!, 오늘도 바느질을 못했네... 하면서 두 번째 단추구멍을 여미지 못한 채 며칠을 입었다.
매일 밤 그날의 마지막 의복인 나의 잠옷은 부드럽고, 깨끗하고, 단정하게 나를 잠들게 해 준다.
햇살 좋은 창가에 앉아서 잘 보이지 않는 작은 바늘구멍에 감각으로 실을 꿰어 한 땀 한 땀 단추를 단다.
아!... 이렇게 몇 가닥의 실이 수년간 내 잠옷의 단추를 잘 붙들고 있어서 매일밤 단정한 잠자리 의상을 만들어 주었구나라는 것이 깨달아졌다.
불과 5cm 남짓의 나일론 실의 꼬임일 뿐인데 말이다.
문득 숙이고 바느질하던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본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이 눈에 들어온다. 봄부터 그 색을 짙게 해 오며 그늘이 되어주기도 하던 나뭇잎들이 단풍으로 변해가며 매달려 있다.
마치 "난 여기서 너와 함께 계절을 보내고 있어"라고 속삭이는 것만 같다.
주변을 둘러보면 매달려 있는 것들이 참 많다.
담쟁이넝쿨, 현수막, 가로등, 현관문의 매달린 풍경, 벽시계, 귀걸이, 눈 가장자리에 맺힌 눈물방울까지..
본체와 매달린 모양은 제각각이지만 한 점, 또는 선, 면을 잇대어 매달려 있는 사물들이 주는 감정은 예사롭지 않다.
난 담쟁이넝쿨을 볼 때면 쭉 뻗어 올라간 담쟁이 보다 그 뿌리가 지긋이 딛고 있는 담벼락을 유심히 본다.
담쟁이를 더 높이 뻗치기 위해 힘껏 밀어 올리는 듯한 담벼락의 애씀이 안쓰럽다 느낀 적이 여러 번이다.
독자들도 한 번 주변을 둘러보시라 권하고 싶다.
미처 깨닫지 못했는데 내 주변에서 무엇인가에 매달려 나를 지탱해 주고 지켜주는 것이 있는지 말이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매달려 있다가 끝내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나의 곁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다 끝끝내 떠나가는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